삼성·LG전자, 생산 거점 조정으로 원가 확보
현대차, 가격 일단 유지…한국GM 일단 관망
유통업계도 중남미 등 제3국 생산 이전 검토
상호관세 부과 첫날 기업들도 생산거점 조정, 대체 수출 거점을 찾기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상호관세 리스트에 오른 주요국들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다양한 협상안을 제시하면서 관세 충격이 단기에 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기업들은 당장 투자 전략에 변화를 주기도 어려운 만큼 우선은 예의주시하면서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우선 상황을 지켜보면서 생산거점 조정을 통해 관세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대표적으로 46%의 상호관세가 붙은 베트남은 미 정부에 '대미 관세율 제로(0)' 협상 카드를 제시해 조정 가능성이 나온다. 베트남은 갤럭시 스마트폰 생산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거점이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지난 7일 '언박스&디스커버 2025'에서 "관세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어서 지켜보는 중"이라며 "세계 10곳에 생산거점이 있어 생산거점을 통해 관세로 인한 파고를 넘어가려 한다"고 밝힌바 있다.
LG전자도 생산지 유연화 전략, 스윙 생산(여러 공장에서 만들 수 있는 체제)을 통해 관세에 대응하기로 했다. 스윙 생산의 경우 이전부터 운영해 온 전략이지만, 상호관세 이후 보다 촘촘하게 운영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생산지별 제조원가 경쟁력을 고려, 스윙 생산체제 기반의 최적의 생산지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우선 현지 가격 인상을 6월2일까지 두달간 동결하기로 했다. 기아도 일단 가격 유지로 방향을 정했다. 우선은 관세 비용을 떠안은 후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SK증권은 현대차가 미국서 판매가격 인상 없이 전년 수준의 판매량을 기록할 경우 연간 약 5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일부에서는 현대차가 1분기 수출을 늘려놓은 만큼 재고처리의 기간으로 삼을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기아는 미국 내 재고수준이 약 3개월 수준까지 증가해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재고 소진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공장에서 생산된 자동차의 90%가량을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GM도 우선은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헥터 비자레알 한국GM 사장은 지난달 말 임직원들에게 "관세 문제에 대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꾸준히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유통업계의 경우 한세실업은 베트남에 집중된 생산 거점을 상대적으로 관세가 낮은 중미 지역으로 옮기는 것을 고려 중이다. 베트남은 전날부터 적용된 상호관세가 무려 46%에 달한다.
한세실업 관계자는 "관세가 10%로 낮은 국가인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등지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이들 지역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며 "작년부터 엘살바도르 등 중미 지역에 신규 법인을 설립하고 생산 라인 증설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고 밝혔다. 또 이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본격 가동하는 과테말라 미챠토야 프로젝트도 신속하게 진행해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디프랜드는 우선 현지 재고를 확보해 둔 상태로 5월 성수기의 대비책을 세웠다. 그러면서 관세 정책이 장기화될 경우 생산거점 조정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바디프랜드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부과되는 관세 등을 감안해 판매 가격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장기적으로는 제3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 이스라엘 일본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영국 베트남 인도 대만 인도네시아 등 상호관세 대상 주요 교역국들은 이미 미국과의 협상에 들어갔다. 무협 워싱턴지부는 "각국은 보복보다 협상을 선호하는 기조"라며 "무관세 체제 구축, 대미 투자 확대, 관세 유예 요청 또는 상호관세 인하 제안 등을 협상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