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후보로 지명한 이완규 법제처장이 "한 대행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의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이 처장은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구국 차원에서 임명을 수락하지 않고 사퇴하겠다는 말을 할 용의가 있느냐"는 박지원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한덕수) 권한대행 결정을 존중할 따름"이라고 답했다.
또 민주당 소속인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의 중요한 고유 권한을 자제하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의 일관된 정신이라고 생각하는데 동의하는가"라고 묻자 이 처장은 "여러 논란이 있다"며 "상황에 따라 권한대행이 필요성이 있으면 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또 많은 사람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8일 그간 임명을 미뤄 왔던 마은혁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고, 이달 중 임기 만료되는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으로 이 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전격 지명했다. 특히 이 처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검사 임용 동기로, 윤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직무정지 사건 당시 법률대리인을 맡기도 했다. 또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건 후 있었던 이른바 '안가 회동'에도 참석한 바 있다.
정 위원장은 이와 관련 2차 계엄 모의 의혹에 관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피의자로서 기소가 될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 물었고, 이 처장은 "절대 기소될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기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 위원장이 "기소가 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고 재차 묻자 이 처장은 "그때 가서 생각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한 권한대행과 이 처장을 적극 옹호하는 태도를 보였다. 주진우 의원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에는 어떤 제한도 없다"며 "헌법재판관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충분히 재판관을 지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도 "대통령의 탄핵으로 복귀 가능성이 있다면 권한대행의 권한 행사는 자제돼야 하지만, 대통령이 파면되고 궐위되는 순간부터 권한대행이 대통령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전혜인기자 hye@dt.co.kr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완규 법제처장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