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올 1분기 기대 이상의 호실적을 냈지만 미 관세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반도체 등 경쟁 심화로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 회장은 이러한 위기 돌파를 위해 전통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인공지능(AI)·전장 등의 미래 신사업을 모색하기 위해 글로벌 보폭을 넓혀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은 지난 2일 일본 출국길에 오른 후 이날 오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했다. 이번 출장길에서는 삼성의 일본 내 협력회사 모임 'LJF'에 속한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소재·부품 협력사 등과 두루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전자는 일본에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영업법인과 요코하마에 반도체 패키지 연구개발(R&D) 거점인 '어드밴스드 패키지랩(APL)'을 짓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이번 출장에서 전장(자동차 전기·전자 장비) 사업 기회를 모색했을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 회장은 작년 10월27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방한한 도요다 아키오 일본 도요타그룹 회장과 만난 만큼 이번 방문에서 다시 회동했을 지 여부도 관심사다.
이 회장은 일본 출장에 앞서 지난달 말에는 중국 출장을 다녀왔다. 당시 이 회장은 샤오미 전기차 공장과 BYD(비야디) 본사를 찾는 등 전장 사업 확대 행보에 나섰으며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동을 갖는 등 보폭 범위를 넓혔다.
이 회장의 이번 연이은 출장은 지난 2월 경영권 부당승계 의혹에 대한 2심 무죄 판결 후 이뤄진 글로벌 행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삼성전자도 영향권에 놓인 만큼 이번 해외 출장에서 활로를 모색한 모습이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중국·일본에 이어 북미, 유럽, 베트남, 중동 등의 현장 점검에도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장 부문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이전부터 전장을 미래 사업의 한 축으로 낙점하고 2017년 하만을 7조원에 인수했지만 이후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에 묶이면서 이렇다 할 드라이브를 걸지 못했다.
하지만 올 1월 미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하만이 단독 프라이빗 부스를 꾸리고 B2B(기업간 거래) 마케팅에 나서는 등 전장 사업에 속도를 냈다. 지난 3월 인사에서는 크리스천 소봇카 하만 오토모티브 사업부 사장을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하며 5년 만에 수장을 교체했다. 커넥티트카를 비롯해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하고 차량 내 경험 확장을 위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미래 신사업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이 회장의 해외 출장에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호실적을 냈지만, 2분기부터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글로벌 경쟁 심화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핑크빛 전망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반도체의 경우 상호관세 대상에서 벗어났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대미 반도체 투자에 지급되는 보조금의 재협상 가능성을 거론해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 건설에 37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기로 하고 미 상무부와 지난해 말 47억4500만달러(약 6조9000억원)의 직접 보조금 지급 계약을 체결했지만 재협상 여부에 따라 약속한 보조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이 회장은 지난달 삼성 임원 대상 세미나에서 "삼성은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다. 당장의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며 위기대응 각오를 주문했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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