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컴이 610억달러(약 90조원)를 들여 가상화 시장 선두주자 VM웨어를 2023년 인수 완료, 그해 말 새로운 정책을 내놓으면서 경쟁은 시작됐다. VM웨어 제품군을 통·폐합하고 기존 라이선스를 구독제로 전환, 가상머신(VM) 가격 책정 기준도 CPU에서 코어로 바꾸는 등 일대 변화를 줬다. 이로써 고객의 비용부담이 2~5배 높아진 상황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제3자 유지보수 서비스 전문기업 리미니스트리트가 올해 초 내놓은 설문 결과에 따르면, 기존 VM웨어 고객 가운데 98%는 이미 VM웨어 환경의 일부에 대해 대안을 사용하거나 고려하고 있다. 또 응답자 92%는 향후 12~18개월 이내에 VM웨어 가격 추가 인상도 예상했다. 그동안 서버 가상화 등을 위해 VM웨어 하이퍼바이저를 이용해온 기업·기관들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안 모색에 한창이다.
글로벌과 국내 클라우드 기업들이 이를 틈타 영역 확장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이퍼컨버지드인프라(HCI)를 앞세워 VM웨어와 경쟁해온 뉴타닉스는 물론, 레드햇과 수세 등 오픈소스 기반 클라우드 플랫폼 기업들도 뛰어들고 있다. 이들은 쿠버네티스로 VM과 컨테이너를 함께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쿠베버트 기반으로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을 시작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변현창 한국레드햇 상무는 지난달 '레드햇 컨테이너데이 2025' 행사에서 "10년 전 시작된 쿠베버트는 지난해 리눅스재단 산하 CNCF에서 세 번째 규모 프로젝트가 되고 참여사도 대폭 늘었다. 브로드컴의 VM웨어 인수가 미친 영향"이라며 "VM 자체는 이제 진부한 기술이지만 그 확장성, 회복성, 자동화, 관리 편의성은 여전히 의미 있으며, 쿠버네티스로 클라우드 네이티브 요소를 살리면서 이를 그대로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방한한 베르너 크노블리히 수세 최고매출책임자(CRO)도 VM웨어 인수에 따른 가격 정책 변화 등 근래의 시장 이슈들을 직간접적으로 거론하며 자사 강점을 부각했다. 그는 "고객사 피드백을 접해보니 타사에서 벤더 종속을 유도하는 경우가 흔하고, 여러 이슈로 인해 전체적으로 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며 "우린 기업용 오픈소스SW를 개발·제공하는 기업으로서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아이티센클로잇, 이노그리드, 오케스트로 등 프라이빗 클라우드 영역에서 주로 활약하는 기업들이 VM웨어의 대안을 속속 마련하는 추세다. 아이티센클로잇은 최근 신규 가상화 플랫폼 '클로스택'을 선보였고, 이노그리드는 자사 서비스형인프라(IaaS) 솔루션 '오픈스택잇'을 제시하고 있으며, 오케스트로는 서버 가상화 솔루션으로 일본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특히 나무기술은 9일 간담회를 갖고 새롭게 출시한 쿠버네티스 기반 가상화 솔루션 '칵테일버트'를 공개했다. 국내 SW업계에서 선도적으로 쿠베버트 기반 솔루션을 내놓은 것으로, 컨테이너와 VM을 하나의 환경에서 동시에 생성하고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 하이퍼바이저처럼 직관적인 운영 환경을 구현, 복잡한 스크립트나 별도의 설정 없이 자원 배포와 마이그레이션이 가능한 것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기존 IT인프라를 유지하면서 VM웨어 대안을 모색거나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도 고려하는 기업들을 위한 윈백 전략 제품이다. 가격 또한 VM웨어 대안으로 제시되는 외산 제품의 절반 이하라고 회사는 강조했다.
정철 나무기술 대표는 "가상화와 클라우드 환경이 빠르게 전환되는 상황에서 기업이 고려해야 할 것은 기술의 범용성보다 실제 전환 가능성과 운영 효율"이라며 "나무기술은 SW기업으로서 살아남고 성장하고자 새로운 기술과 시장에 남들보다 한발 빨리 도전해왔다. 가상화 시장과 클라우드 환경이 재편되고 있는 올해에도 비용효율적인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을 발 빠르게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VM웨어 전환 수요를 놓고 벌어지는 경쟁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SW업계 관계자는 "여러 대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여전히 VM웨어를 그대로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때문에 적잖은 고객이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 있는 것"이라면서도 "지금은 어렵더라도 적절한 대안을 빠르게 찾을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고객들 역시 공유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수요는 지속 증가할 것"이라 내다봤다.
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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