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원 사장 디지털부문 야심작
첫해부터 91억 손실… 적자 수렁
양사 TF 꾸려 흡수합병 검토 중
첫해부터 91억 손실… 적자 수렁
양사 TF 꾸려 흡수합병 검토 중
한화금융에서 국내 첫 디지털 손해보험사로 야심차게 내세운 캐롯손해보험이 출범 후 6년 만에 중대 기로에 섰다. 캐롯손보의 경영 상황이 녹록지 않자 모회사인 한화손해보험이 합병하는 카드를 꺼냈다. 캐롯손보는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출범 당시 그룹 디지털 부문을 지휘하며 공을 들여온 혁신 모델이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문효일 캐롯손해보험 대표는 타운홀미팅에서 직원들에게 연내에 한화손해보험에 흡수합병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문 대표는 회사 매각 가능성에 대해선 검토한 내용이 없다면서 유상증자 또는 한화손해보험에 합병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캐롯손보 관계자는 "보험업의 특성상 자본건전성 유지를 위해 꾸준한 자본확충이 요구된다"며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며 모회사인 한화손보와 합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손보 측도 "자회사인 캐롯손보의 건전성 정상화를 위해 다각도로 방안을 모색하는 중"이라며 "양사 간 정례적인 협의체를 구성해 합병 등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두 회사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본격적인 방안 모색에 나선 만큼, 이르면 올 하반기에 합병 등 구체적인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캐롯은 지난 2019년 5월 한화손보와 함께 SK텔레콤, 현대자동차, 알토스벤처스,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대형 투자사들이 자본금 총 2986억원으로 합작해 설립했다. 최대주주는 지분 59.67%를 보유한 한화손보이다. 이외에 티맵모빌리티가 10.74%, 카발리홀딩스투자목적회사가 8.4%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캐롯손보는 출범할 때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보험업계 디지털금융을 가속화하며 공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지난 2014년 한화생명 디지털팀장으로 입사한 이후 디지털 부문에서 경영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했다. 캐롯손보 설립 추진도 그 일환으로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내세웠다.
그러나 캐롯손보는 출범 첫해 91억원의 손실을 낸 이후 적자 수렁에 빠졌다. 회사의 성장을 위한 투자에 집중하며 자동차보험 등 소액단기보험(미니보험) 위주로 한 상품 포트폴리오에 수익을 내지 못했다. 지난해도 66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건전성도 악화세를 지속했다. 지난해 말 기준 지급여력(K-ICS·킥스)비율은 156.24%로, 전분기(189.44%)보다 33.2%포인트(p) 급감했다. 당국의 권고 수준인 150%대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자본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러나 그동안 누적된 적자에 더해 바뀐 회계기준으로 자본확충 부담은 커졌다. 보험업계에선 현실적인 방안으로 유상증자보다는 합병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본다. 앞서 캐롯손보는 출범 후 지난 2023년까지 세 차례의 증자를 실시했다. 한화손보는 캐롯손보 설립 당시 516억원 규모로 출자한 이후, 유상증자 등에 2300억원 넘게 추가 자금을 수혈했다.
임성원기자 s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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