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권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도쿄 한복판의 돼지 전용카페](http://contents.dt.co.kr/images/202504/2025041002102369061002[1].jpg "[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도쿄 한복판의 돼지 전용카페")
이 카페는 특수 돼지 농장을 보유한 'Hooome'(도쿄도 미나토구)가 운영하는 돼지 카페 'mipig cafe'(마이 피그 카페)다. 2019년 메구로에 1호점을 오픈 한 이후 현재 17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도시 지역이나 교외의 쇼핑센터 등에 점포를 두고 있지만, 아직 인지도가 크게 확산되지 않은 '돼지 카페'란 어떤 곳인지 알아보면 재미있는 스토리와 요소들이 즐비하다.
지금까지 일본에서는 고양이를 자유롭게 보낼 수 있는 '고양이 카페'는 완전히 자리 잡았지만 최근 몇 년 작은 돼지가 넘쳐나는 카페가 서서히 늘고 있다.
카페 안을 돌아다니는 돼지는 일반적으로 '마이크로 돼지'라고 불리는 종이다. 명칭부터 치와와 등 소형견이 상상되지만 성체가 되면 중형견 크기(20kg) 정도이고 수명은 약 10년이다. 개나 고양이만큼 화장실 위치를 금방 외우기 때문에 애완동물로 기르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카페 매장 면적은 30평 안팎으로 한 매장에 20∼25마리의 마이크로 돼지가 지내고 있다. 이용 요금은 25분에 2000엔(약 2만원)정도로 고가이지만 지금까지 150만명 이상이 방문했다.
![[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도쿄 한복판의 돼지 전용카페](http://contents.dt.co.kr/images/202504/2025041002102369061002[2].jpg "[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도쿄 한복판의 돼지 전용카페")
그런데 돼지 농장을 운영하는 회사가 왜 카페 사업을 시작하게 됐을까 궁금해진다. 그 계기는 의외로 '돼지 열병'이라는 최대 악재였다. 농장 창업자가 2018년 8월 영국에서 마이크로 돼지를 수입해 같은 해 12월 번식에 성공했다. 원래는 광활한 자연 속에서 마이크로 돼지가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관광객이 찾는 농장을 만들려고 했고, 마음에 드는 돼지가 있으면 판매도 하는 사업을 구상중에 '돼지 열병'이란 암초를 만났다.
'인간에게도 감염될 수 있다'는 위험이 있어 농장에 사람을 부르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애초 계획은 포기했다. 문제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돼지를 구매한 고객들이었다. 돼지들을 어떻게 넘겨야 할지 생각해 본 결과 인도 장소로 '돼지 카페'를 선택했다.
메구로에 1호점을 차렸는데 예상을 뛰어 넘는 큰 반향이 왔다. 곧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모았고 급기야 외국인 관광객까지 몰리면서 연일 만석이 이어지고 있다. 치명적인 전염병으로 인해 할 수 없이 카페를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없던 시장을 만든 셈이 됐다. 카페 수도 늘고 있어서 '카페 이용요금×내점객 수'라는 간단한 구조로 단순한 비즈니스로 보일 수 있지만 이 카페들은 돼지와 맞닿을 수 있는 다양한 비즈니스의 '입구'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본사 농장에서는 단순히 번식 작업을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사망률 저감이나 태어날 때의 체중 관리 등 세심한 케어를 하고 있다. 현재 연간 600마리 정도의 출산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선택 교배를 통해 체중을 15㎏까지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생산된 돼지는 전국 카페에 보급돼 고객들에게 판매된다. 가격은 20만~30만엔이며, 매월 40~50마리가 새 주인을 맞고 있다.
특히 구매자는 사육·건강관리 앱 'mipig owners'를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비용은 월 8800엔이다. 돼지 체중과 체형에 따른 푸드를 발송하는 것 외에 사육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앱을 통해 병원도 소개하고 있다. 초기에 20곳밖에 없던 진찰 가능 병원이 판매량이 1800마리를 넘어서면서 200곳으로 늘었다.
이 밖에도 도쿄 메구로에 전용 호텔이 있어 1박 3300엔으로 숙박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향후 보험회사와 연계해 마이크로 돼지 전문 보험도 출시할 계획이다.
생각지도 못한 재앙을 만나 좌초될 수 있었던 사업을 새롭게 재탄생시켜 다양한 비즈니스를 창출했다. 세계 최대 재난 국가에서 재난을 대하는 이러한 자세는 마땅히 배울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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