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를 유예해 정부는 잠시 숨을 돌리게 됐다. 하지만 갈 길이 험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매개로 각국에 '각개격파'로 협상의 문을 열고 있어, 한국에는 관세와 방위비 분담금을 동시에 협상 테이블에 올리려는 포괄협상을 제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방위비 분담금 등 새로운 요구를 제기할 가능성에 대비해 협상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부는 협상 대응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10일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앞으로 90일 동안 모든 협상에 진전을 보여서 관세의 부담으로부터 벗어나도록 더욱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경제부처와 비경제부처의 장관들에게 각별한 노력을 당부했다.
앞서 통상당국은 관세율 인하를 위한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다시 미국으로 날아갔다. 정 본부장은 그리어 USTR 대표를 면담하며 미국이 한국에 부과한 25% 상호관세, 철강과 자동차에 부과한 25% 관세에 대해 "특별한 대우"를 요청했다. 정부 인사 중 특별한 대우를 미국 측에 요구했다고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주미대사관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갖고, 미국 측은 앞으로 USTR, 재무부, 상무부가 상호 연계해서 한국과 협상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8일 밤 한 대행과 트럼프 대통령 간 통화로 미국과 관세 논의를 이어가기 위한 "우호적 모멘텀이 형성되고 협상을 위한 큰 틀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중국에 125% 관세를 부과한 것을 두고는 "우리 기업의 대중 수출, 풍선효과로 우리의 제3국 수출에 미치는 간접적인 영향 등을 감안하면 여전히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신속한 대미 협의 등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역설했다.
미중 관세 전쟁 속에 한국 정부는 안보부터 경제·산업까지 연계한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에 대응하기 위해, 전방위적 대응 전략을 짜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행정명령 서명행사에서 "우리는 유럽에 있는 군에 대해 비용을 내지만 많이 보전 받지는 못한다"며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콕 집어 말하면서, 사실상 상호관세 협상카드를 먼저 꺼내 보였다. 다만, 정부는 경제와 안보 사안은 별개라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가 관세와 방위비를 협상 테이블에 같이 두고, 패키지 빅딜을 할 수 있다며 그에 맞는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통상연구실장은 "협상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다"라며 "적절히 시간을 안배하면서 준비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줄 수 있는 것과 미국이 기대하는 것은 눈높이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절충안과 합의점을 찾기 위해 앞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세종=강승구기자 kang@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