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암세포와 혈관 상호작용 분석 'ODSEI 칩'
암 내성 획득 경과 파악..유방암 치료제 내성 규명
인체와 유사한 환경을 모사해 암세포와 혈관 간 상호작용을 실시간 분석할 수 있는 칩 기술이 개발됐다. 앞으로 암 치료를 위한 새로운 표적 발굴과 환자 맞춤형 항암제 개발 및 효능 평가 등에 활용될 전망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조윤경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암세포와 혈관 사이의 상호작용을 대량으로 실시간 분석하는 미세 유체 칩인 'ODSEI 칩'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암세포는 빠른 성장과 생존을 위해 주변 혈관세포와 신호물질을 주고 받으며 새로운 혈관을 유도하고,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아 전이뿐 아니라 약물 내성을 획득한다. 이 때문에 암세포와 혈관세포 간 상호작용을 인체와 유사한 조건에서 실시간 관찰하고, 분석할 수 있는 플랫폼이 요구된다.
주로 쓰이는 3차원 종양 스페로이드 배양 시스템은 종양의 입체적 구조를 모사하는데 효과적이나, 폐쇄형 구조로 설계돼 세포의 선택적 회수 및 유연한 조작이 어렵고 혈관 내피세포와의 동시 배양과 상호작용 분석에 제약이 많다.
연구팀은 종양 스페로이드와 혈관 내피세포 간 정밀한 상호작용 분석을 위해 ODSEI칩을 개발했다. 이 칩은 1000개 이상의 암 덩어리(종양 스페로이드)를 혈관세포와 함께 배양해 분석하는 장치다. 개방형 구조로 설계돼 특정 시점에 원하는 스페로이드만 회수·분석할 수 있어 암세포가 혈관과 상호작용하며 내성을 얻는 경과를 추적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칩으로 혈관세포가 분비하는 바이오 마커(IL-8, TIMP-1)가 암세포 생존 신호를 활성화해 유방암 치료제인 '타목시펜'에 대한 내성을 유도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이들 신호물질을 중화했을 때 타목시펜에 대한 반응성이 회복되는 것을 확인, 내성 극복의 표적 가능성을 입증했다.
조윤경 UNIST 교수는 "종양 미세환경을 정교하게 모사한 조건에서 약물 내성을 효과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환자 맞춤형 치료법 개발을 위한 중요한 플랫폼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지난 3일)'에 실렸으며, 혁신성과 중요성을 인정받아 표지논문과 미세유체칩 분야 핫 토픽으로 선정됐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울산과학기술원은 암세포와 혈관 사이의 상호 작용을 실시간 분석하는 미세유체 칩을 개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