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들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했다. 미국의 대중 관세는 125%까지 높아진 반면 다른 국가에 대해선 10% 기본 관세만 부과한다. 중국 정부도 이날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84%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통상 미중 갈등 국면은 국내 디스플레이업계에 긍정적 신호로 작용한다. 전 세계 디스플레이 패널 양산은 한국과 중국 기업이 도맡고 있다. 양국 간 갈등이 심화되는 시기 미국 기업들은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에 패널 양산을 맡기기 부담스러워진다.
이에 국내 업계에선 애플이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아이폰17 시리즈용 OLED 패널 물량을 모두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애플은 그간 3벤더 정책을 유지하며 BOE에도 패널 양산을 맡겨왔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작년 3분기 아이폰16 시리즈 OLED 패널 공급 비중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합쳐 82%를 맡고, BOE가 16%를 담당했다.
업계 관계자는 "BOE가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게 알려진 상황에서 미중 갈등 국면도 심화되고 있다"며 "이런 상태라면 애플이 BOE에 아이폰용 패널 물량을 배정하기 부담스러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BOE가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특허를 침해했다고 인정하며 행정판사(ALJ)에게 BOE 제품 수입금지 명령을 권고했다.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TV 시장에서도 일부 기회를 얻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미 정부의 최종 목적이 중국 성장 억제라는 점이 드러나면서, 중국 세트 업체에 대해서도 견제가 행해질 수 있어서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관세 시행으로 세트 제품 판매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되지만, 중국 기업과 비교해 국내 기업들이 비교적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게 된 것도 맞다"며 "어느 측면에선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트럼프 관세 이슈 전보다 우호적 환경을 맞은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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