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전기 세단 아이오닉6의 국내 판매량이 쪼그라들었다. 작년 중국산 테슬라 모델3가 국내로 들어오며 판매량이 위축된 데 이어 기아의 첫 전기 세단 'EV4'의 출시로 입지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10일 현대차에 따르면 아이오닉6의 올 1분기 판매량은 916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8% 줄어들었다. 전기차 보조금 조기 확정으로 같은 기간 국내 전기차 시장 규모가 작년보다 31% 늘어난 3만3482대였음에도 아이오닉6는 활기를 되찾지 못했다.
아이오닉6의 판매량은 테슬라 모델3에도 크게 밀리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부분변경된 모델3는 작년 4월 국내에 출시돼 2024년 한 해 동안 1만502대가 팔렸다. 아이오닉6의 작년 연간 판매량은 4956대로 절반에도 못 미지는 수준이다. 올 1분기에도 모델3는 2453대가 판매됐다.
국내에 판매되는 모델3는 전량 중국에서 생산돼 전작 대비 가격이 800만원 이상 낮아지면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기아의 대중화 전기차 라인업 중 하나인 EV4까지 시장에 나오면서 아이오닉6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위기다. EV4는 기아가 선보이는 첫 전기 세단으로 지난달 계약이 개시돼 이달 말부터 고객 인도가 이뤄질 예정이다.
EV4는 기아의 대중화 전기차답게 아이오닉6보다 저렴하다. EV4의 판매 가격은 4192만원부터 시작해 보조금 수령 시 3400만원대로 낮아진다. 아이오닉6의 판매 시작가가 4695만원, 보조금까지 적용해도 4000만원 초반인 것을 감안하면 500만~600만원가량 차이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아이오닉6는 중형 세단이지만 EV4는 이보다 작은 준중형 세단이기에 더 넓은 패밀리 세단을 원하는 고객을 노린다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EV4 출시와 맞물려 아이오닉6의 판매 촉진을 위해 현대차는 대대적인 할인을 단행했다. 이달 아이오닉6를 구매하면 기본 200만원 할인에 더해 2024년 10월 이전 생산 차량에 한해 400만원을 추가로 할인해 준다. 할인을 최대로 받으면 EV4의 가격과 동일한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포츠실용차(SUV)의 인기로 세단 수요가 줄며 전기 세단도 안 팔리고 있다"며 "경쟁차종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고객 선택의 폭도 확장되는 것이기에 전기 세단 시장이 커질 것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임주희기자 ju2@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