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분여 분량 대선 출마선언 유튜브 영상 공개
"대한민국 민주주의 위대함은 제도 아닌, 무력 억압 이겨낸 국민이 원천"
"갈등 근본 원인은 양극화로 살기 힘들어져서" 먹사니즘·잘사니즘 강조
실행력 강조 "국민의 최고 도구 되고싶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치르는 6·3 조기 대선에 "대한국민의 훌륭한 도구, 최고의 도구 이재명이 되고 싶다.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대통령선거에 출마한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 2017·2022년에 이은 세번째 도전으로, 가장 유력한 야권주자로서 나섰다. 그의 '영상 출마선언'은 친명(親이재명)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도 지켜보며 박수를 보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0일 오전 유튜브를 통해 6·3 대통령선거 출마 언선 영상을 최초 공개하면서 경제정책관 등을 밝히고 있다.<유튜브 채널 '이재명' 영상 갈무리>
이재명 전 대표는 대표직 사퇴 하루 만인 10일 오전 자신의 유튜브 채널 '이재명'에 "위대한 대한민국의 훌륭한 도구가 되겠습니다"란 제목의 11분여 분량 영상을 게재해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영상에서 그는 헌법재판소의 '12·3 비상계엄 위헌' 윤 전 대통령 파면 선고 순간과, 대통령 파면 요구 집회에서의 자신의 연설 장면 등을 소개하며 민심을 평가했다. 또 '먹사니즘, 잘사니즘' 경제관(觀)을 드러냈다.
이 전 대표는 영상 속 대담에서 "대한민국 민주주의 위대함은 헌법·제도 그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그 제도를 갖고 사는 우리 국민 스스로의 위대함이다. 억압을 하면 포기하고 좌절하고 굴복하는 게 아니라 결국 그걸 이겨낸다"며 "정말 진정한 의미의 민주적 국가를 훼손하려는 그들의 시도에 대해서 끊임없이, 이번에도 저항했다. 강력한 무력을 동반한 현실적 권력을 끌어내렸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국민들의 이 위대함이 대한민국의 위대함의 원천"이라며 "아마도 세계사에 남을 일이 될 거다. 그런데 겨울이 너무 길고 깊었다. 그 길고 깊은 겨울을 결국 우리 국민이 깨고 나오는 중이다. 아마 겨울이 깊었던 것처럼 봄은 더 따뜻할 것이다. 따뜻한 봄날을 한번 꼭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장외투쟁 당시에도 이 전 대표는 "더 아름답고 더 따스한 봄을 우리의 두손을 함께 잡고 만들어가자"고 했다.
이 전 대표는 "대립과 갈등이 지금 아주 큰데 그 원인은 뭐냐, 여러 가지가 있다"며 "아주 근본적인 것은 경제적으로 먹고 살기가 어려워져서 그렇다. 세상 사는 게 힘들어서 그렇다. 그런데 '더 잘 살게 됐는데 왜 부족하게 됐냐', 편중됐기 때문이다. 소위 '양극화'가 너무 커졌다. 우리 사회가 총량으론 과거보단 더 많은 걸 갖고 있게 됐는데 개별적으로 보면 그게 너무 많이 한 군데 몰린 게 갈등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우리 경제는 여러 면에서 일종의 '사면초가'같은 상태다. 전 세계적으로 성장률 전체가 떨어지고 있다"며 "경제는 사실 민간 영역만으론 제대로 유지·발전되기 어렵다. 정부 영역의 역할이 중요한데 지금 거의 3년 동안 정부는 경제를 방치해뒀다. 이젠 첨단 과학기술 투자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 근데 문제는 과학기술의 수준이 너무 높아져 가지고 개별 기업들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어 "정부단위의 인력 양성, 대대적인 기술개발과 연구개발 투자, 스타트업이나 벤처에 대한 대규모 투자, 그렇게 하면 우리가 너무 좌절할 필요 없는 것"이라고 했다. "먹사니즘" 구호는 경제성장과 연결지어 기능적·물질적 측면, "잘사니즘"엔 가치지향·정신적 측면이 있다고 구분했다. 이 전 대표는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이거는 사실은 매우 기능적이고 물질적인 것"이라고 전제했다.
또 "'고통스럽게 살지 않게' 해줘야 한다. '잘 산다'고 하는 것과는 좀 다르다"며 "'잘사니즘'이라고 하면 좀 더 가치 지향적이고 정신적이고 고통 없는 삶을 넘어선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는 거라고 봐주시면 되겠다"고 했다. 좌·우 진영 간 경제정책 논쟁을 의식한 듯 "민생 살리는데 색깔이 무슨 의미인가. 정치라고 하는 건 현장에서 국민들의 삶을 놓고 실제로 그 삶을 결정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가운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박성준(오른쪽) 원내수석부대표. 정진욱(왼쪽) 원내대표 비서실장이 10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이재명 전 대표의 대선 출마선언 영상을 지켜보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그는 "그게 '빨간색이냐 파란색이냐' 아니면 '어떤 방법·정책이 누구 생각에서 시작된 것이냐'는 큰 특별한 의미가 없다"며 "'어떤 게 더 유용하고 더 필요하냐' 이게 최고의 기준이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공직사회를 향해선 "대개 공직자들의 태도를 보니까 중요하고 큰 일을 고민하느라고 작아 보이는 일들을 미뤄두니까 엄청나게 쌓인다"며 "(100만명이 아닌) 100명이 걸린 일조차도 그 100명은 목숨이 걸린 것"이라고 했다.
그는 "'큰 일'을 안 하는 건 아니다. 그건 그것대로 고심하고 저는 제 업무 책상에 서류를 안 쌓아 놓는다"며 "재난이나 사회적 위기 때 피해를 입는 건 힘겹고 못 살고 어려운 사람 순이다. 그 사회의 문화 수준이나 평가는 약자들에게 얼마나 많이 관심 갖고 지원하느냐에 달렸다. 생명·안전을 유지해야 그 다음 단계, 더 나은 삶, 행복한 삶을 꿈꿀 수 있다. 그래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건 정부·국가가 해야 될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지낸 행정가 면모를 보인 셈이다. 외교 등 대외정책의 코드는 '국익 우선'을 제시했다. 이 전 대표는 "현실적으로 보면 우리에게 한미동맹이 매우 중요하고 또 한미일 협력 관계도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그 속에 일관되는 원칙은 대한민국 최우선이다. 거기에 따라 판단하면 되겠다. 경쟁할 영역은 경쟁하고 협력할 영역은 협력하고 서로 갈등할 영역은 잘 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중국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
이어 "특히 이젠 국가 간 경쟁이 사실 기업 간 경쟁과 거의 같아졌다"며 기업과 정부의 역할분담을 말했다. 문화 측면도 강조했다. 그는 "김구 선생이 정말 우리가 먹고사는 것조차 해결하지 못한 그 시대에 '우리가 꿈꾸는 나라는 문화가 강한 나라다' 문화강국 얘기를 하셨다"며 "우리의 역량을 통찰한 정말 혜안이었다. 지금 문화영역에서 정말 세계를 상당부분 선도하고 있지 않나. K-컬쳐, 한류라고 부르지 않나"라고 했다.
덧붙여 "이젠 'K-민주주의', 두번에 걸친 '촛불혁명' '빛의 혁명'을 통해 무혈의 평화혁명으로 현실 권력을 끌어내리는 세계사에 없는 이런 일들이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이뤄졌지 않나. 정말로 위대한 민주주의의 힘을 보여준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영역 이런 것들을 저는 K-이니셔티브라고 통칭하고 싶다. 우리가 비록 규모는 작지만 소프트 파워 측면에서 세계를 여러 영역에서 선도할 수 있겠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대한민국이라고 하는 국호엔 정말 큰 뜻이 담겨있다. 이 민(民)자는 백성이다. 흰 옷 입은 사람들, 이 평범한 사람들의 작지만 큰 나라다. 많은 사람이 희망을 가지고 행복한 삶을 꿈꾸는 세상, 그런 세상이 봄날 아니겠나"라며 "진짜 대한민국, 그 대한민국은 대한국민이 만들어가는 거다. 그 대한국민의 훌륭한 도구, 최고의 도구 이재명이 되고 싶다.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다"고 선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