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상호관세' 부과에서 한발 물러서면서 글로벌 주식시장이 일제히 급등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보다 151.36포인트(6.60%) 오른 2445.06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 지수도 5.97% 상승하며 최근 '관세공포'로 인한 낙폭을 일부 되돌렸다. 미국과 중국 간 글로벌 무역 전쟁 격화 우려로 전날 장중 1480원대 후반까지 오르는 등 1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던 원·달러 환율도 27.7원 내린 1456.4원에 정규장을 마쳤다.
지난해 8월 6일 이후 8개월여 만에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동시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사이드카는 코스피 또는 코스닥의 선물가격이 전 거래일 종가 대비 각각 5%, 6% 이상 급등하거나 급락한 채 1분 이상 지속되면 주식시장의 프로그램 매매를 5분간 중단시키는 제도다.
이날 코스피200 선물은 5.76%, 코스닥150 선물은 6.08% 오른 시점에 사이드카가 각각 발동됐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시행 13시간여 만에 중국에 대한 관세는 125%로 올리면서 중국을 뺀 다른 국가에는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고 10%의 기본 관세만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공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금융시장 반응에 우려를 나타내고 협상 시간을 벌었다는 점이 부각되며 이후 뉴욕증시부터 반등이 나타났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이 12% 이상 상승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18.73% 급등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S&P500도 각각 7.87%, 9.51% 반등하며 장을 마쳤다.
아시아 시장도 일제히 반등했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9.13% 상승한 34609.00에, 대만 가권지수는 9.25% 오른 19000.03에 장을 마쳤다. 관세부과를 피하지 못한 중국도 소폭 반등했다. 상해종합지수는 1.16%, 선전종합지수는 2.46% 올랐다. 홍콩 항셍지수도 2.8% 이상 강세다.
전문가들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일단 유예하면서 글로벌 증시가 회복세를 보였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고 짚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요국 지수들이 일제히 반등하고 있으나 여전히 4월 2일 상호관세 발표 이전 수준은 회복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당분간 협상 과정에서 나오는 노이즈에 따라 상하방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상호관세 부과 대상국이 90일간 협상 시간을 번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만 하지만, 관세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만큼 각국의 협상력과 함께 중국과 미국의 협상 여부도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원래라면 25%의 관세율을 적용받은 채 협상에 나서야 했던 우리나라도 상대적으로 낮은 10% 관세만 적용되면서 투자자들이 일단 안도한 것"이라며 "협상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25%가 아닌 10%로 협상하는 것은 차원이 틀린 문제"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관세유예가 지속적인 호재로 작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그는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라며 "협상의 여지가 어느 정도 수준까지 열릴지, 중국과 미국의 격돌이 어떤 양상으로 갈지에 따라 지수도 방향성을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