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강문성, 韓권한대행 적극 나서야…정치인 협상력 약화 발언 조심해야
김대종, 방위비 분담금, 인도·태평양 안보 핵심파트너 지위 이용해야
장상식, 美 낙후된 조선산업 강화위한 공동 스마트 조선소 협작 등 필요
송영관, 라벨링한 30개월 이상 소고기 카드로 협상 지렛대로 활용해야
강문성, 韓권한대행 적극 나서야…정치인 협상력 약화 발언 조심해야
김대종, 방위비 분담금, 인도·태평양 안보 핵심파트너 지위 이용해야
장상식, 美 낙후된 조선산업 강화위한 공동 스마트 조선소 협작 등 필요
송영관, 라벨링한 30개월 이상 소고기 카드로 협상 지렛대로 활용해야
![[기획] 조선·반도체 美투자 활용… 방위비는 차기정부로 `투트랙`](http://contents.dt.co.kr/images/202504/2025041102100332064001[1].jpg "[기획] 조선·반도체 美투자 활용… 방위비는 차기정부로 `투트랙`")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통적인 외교 접근보다는 비즈니스 협상가적 접근을 좋아합니다. 즉각적인 양보나 수용보다는 상황을 지켜보며 협상 지렛대를 축적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미국이 중국과의 전면적인 힘겨루기를 앞두고, 한국 일본 등의 동맹국과는 원만하고 빠른 타결을 원하고 있어 지금은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는 것이 맞습니다. 단, 미국의 요구수준이 높을 경우 현단계에서 1단계 타결을 완료하고, 일부 쟁점은 차기정부로 이관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가장 원하는 협상인 만큼 섬세하면서도 고도의 전략이 필요합니다. 90일 유예조치를 최대한 활용해 로우키로 협상에 임해야 합니다."(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시장정책연구부 선임연구위원)
트럼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중국 외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하겠다고 밝히면서 한국은 석 달의 협상 시간을 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무역 협상과 묶어서 논의하겠다는 난제를 우리 정부에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대선 국면에서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관세 및 주한미군 주둔 문제와 연계해 본격적으로 제기할 경우 그 자체가 중요한 대선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협상에는 적극적으로 임하되, 방위비와 같은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최대한 협상을 유보하면서 다음 정부가 자연스럽게 마무리를 지을 수 있도록 하는 '투 트랙' 전략을 추천했다.
이에 대해 강문성 교수는 "한덕수 대행체제에서라도 당연히 관세 협상에 적극 나서야 하는 부분이며, 못할 것도 없다고 본다"며 적극적인 협상을 주문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이 우리 조선분야에 관심이 많으니 미국이 원하는 바를 잘 보면서 협상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상식 원장 역시 한국 조선이 관세 협상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미국 내 낙후된 조선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미국과 협작으로 '한미 공동 스마트 조선소'를 설립하는 제안도 필요하리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송 연구위원은 신중한 접근을 제기했다. 그는 "두 달 뒤 대선을 앞둔 상황이라 트럼프도 국내 정치적 입장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라며 "관세로 인해 인플레이션율이 높아지면 미국의 입장도 바뀔 수 있고, 국제 경제 상황도 봐야 하기 때문에 한 발짝 떨어져서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도 협상 카드 중 하나로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을 잘 활용할 것을 조언했다. 그는 "농민단체에서 반대할 수 있지만, '30개월 이상 소고기' 라벨링을 해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게 하면 트럼프 대통령에 생색내기 좋은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대종 교수는 조급함보다는 전략적인 인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트럼프의 발언은 선거용 메시지의 성격도 강하다"며 한국이 이를 고려해 반도체·배터리 공급망과 관련해 미국 내 생산과 투자 확대나 기술 공유를 일정 수준 제한하는 카드를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문제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워낙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만큼 협상이 불가피하지만, 다만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강 교수는 "아무래도 방위비 협상도 함께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대선에서 어느 쪽이 정권을 잡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국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야 모두 협상에 있어 힘을 실어줘야 한다"면서도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정치인들의 발언은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트럼프는 동맹국에도 비용을 요구하는 입장이지만, 우리는 인도-태평양 안보의 핵심 파트너로서의 위치를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제시할 수 있는 협상카드로 방위비 분담금 소폭 증액 또는 특정 항목에 대한 명시적 지원, 국방동맹 유지를 위한 상징적 양보 등을 제시했다.
그는 "자유무역 질서와 공급망 안정 기여국으로서의 명분을 앞세우고, 국제 사회와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실장은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되 미국과 일본 간 협상 결과를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방위비 문제와는 별도로 미·중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심화될 조짐이 있어, 향후 한국이 중국을 대체하는 핵심 공급망 국가라는 입지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송 연구위원은 "현재 육군 중심의 주한미군이 해군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패러다임 전환이 있을 수 있어, 국방부와 외교부가 고위급 차원에서 긴밀히 협의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사안이 사안인 만큼 현재 대행 체제에서 결정하기보단 차기 정부로 이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또 트럼프 대통령의 '90일 유예' 결정 이후에도 추가 관세 압박이 언제, 어떻게 이뤄질 지 모르는 만큼 최대한 많은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우리 정부가 다급하게 협상에 임할 경우 트럼프 정부에 주도권을 완전히 뺏길 수 있는 만큼, 적극적이되 일정 수준의 속도 조절도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밖에도 방위비 인상이 트럼프 대통령의 진짜 목적인지를 잘 따져보고, 결국은 '중국 견제'로 귀결되는 미국 안보·군사 전략의 요점을 파악하고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진행한 행정명령 서명 행사에서 '유럽이나 해외에 있는 미군을 감축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것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It depends)고 답한 뒤 "우리는 유럽에 있는 군에 대해 비용을 내지만 (그에 대해) 많이 보전(reimburse)받지는 못한다. 이것은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그것은 무역과는 관계가 없지만 우리는 그것을 (협상의) 일부로 할 것"이라면서 "왜냐하면 각국에 대해 한 개의 패키지로 다 담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깔끔하고 좋다"라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는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을 8∼9일 미국에 파견한 것에서 보듯 무역 협상 차원에서 상호관세에 대응하고 있다. 장우진·이상현·강승구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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