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코스피 유상증자 규모, 전년 대비 75.23% 줄어
1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유상증자 건수는 13건이며 유상증자를 통해 확충한 자본금 규모는 2128억원이다. 코스닥 상장사는 91건의 유상증자를 실시했으며 자본금 1993억원을 확충했다.
코스피, 코스닥 상장사들의 유상증자 규모가 모두 전년 대비 크게 줄었다. 코스피 상장사 건수는 지난해 동기(20건) 대비 35% 감소했고 자본금(8592억원) 규모로는 75.23% 줄었다. 코스닥 상장사 건수(76건)는 올해 19.73% 늘었으나, 자본금 규모(3592억원)로는 44.51% 축소됐다.
올해 유상증자는 직전 분기와 비교해도 눈에 띄게 줄었다. 자본금 기준 코스피 상장사(9205억원)는 76.88%, 코스닥 상장사(3616억원)는 44.8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상장사들의 유상증자 규모 축소는 금융감독원의 심사 강화, 소액주주들의 반발 등이 요인으로 꼽힌다. 기업은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시설자금 및 타법인 취득, 운영자금, 채무상환 등에 사용해 재무 건전성을 개선하거나 신사업 투자 등에 활용한다.
그러나 주식 수가 늘어나면서 지분이 희석돼 기존 주주들은 반기지 않는다. 무엇보다 본업과 관련 없는 곳에 자금을 조달하거나 채무 상환을 위한 유상증자는 단기적인 문제 해결에 그쳐 주가에 악재로 작용한다.
소액주주의 목소리가 커지자 금감원도 주주가치 훼손 여부를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반도체 기판 제조사 이수페타시스는 2차전지 소재 기업 제이오를 인수할 목적으로 유상증자를 강행으나, 금감원이 두 차례 유상증자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했다. 결국 이수페타시스는 유상증자 규모를 5500억원에서 2825억원으로 대폭 줄이고 제이오 인수를 포기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당초 3조6000억원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를 경영권 승계에 이용한다는 논란이 일었고, 금감원도 유상증자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하면서 규모를 2조3000억원으로 축소했다. 줄어든 1조3000억원은 한화에너지 등 3개 계열사가 할인 없는 제3자 유상증자를 추진해 소액주주가 이득을 보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한화에어로, 이수페타시스 등 일부 사례를 통해 금감원이 유상증자에 대해 신속하게 제동을 거는 등 심사를 강화한 정황이 포착된다"며 "감독당국의 엄격한 심사는 기업들이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데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최근 밸류업 기조가 강해지면서 기업들이 자산 활용, 주주환원에 더 신경 쓰는 분위기"라며 "감독기관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실제로 집중 심사 사례도 있다 보니 유상증자 같은 결정은 주주 반응이나 시장 흐름을 더 신중히 살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밸류업 흐름에 맞춰 보여주기식으로라도 주주친화적 모습을 보이려는 기업도 많아졌는데,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자금 조달 이슈를 드러내는 건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같은 기간 주식 수를 줄이는 '이익소각'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코스피 상장사에서 이익소각으로 줄어든 주식수는 1억4500만주, 코스닥 상장사는 1699만주로 확인됐다.
전년 동기 대비 코스피 상장사는 79.41%, 코스닥 상장사는 96.67% 늘었다. 이익소각은 주주에게 이익을 배당하는 대신 주식을 소각해 간접적으로 이득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주주환원 효과가 강하다.
김지영기자 jy100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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