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Cars]‘픽업 로망’ 채워줄 기아 타스만…SUV급 편안함은 ‘덤’

입력: 2025-04-12 22:00 장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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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는 자사 첫 픽업트럭 타스만을 선보이면서 아웃도어 활용도와 데일리카, 패밀리카로의 상품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픽업트럭의 경우 차가 너무 크면 주차가 어렵고 작으면 활용도가 낮아진다는 점, 승차감의 한계가 데일리카로의 선택을 망설이게 하는 요소지만 기아는 'RV(레저용차량)의 명가'답게 두 토끼를 모두 잡아냈다.

타스만은 거친 오프로드 주행 성능은 물론 중형 SUV 못지 않은 승차감과 2열 실내공간, 다양한 편의 기능까지 갖춰 '픽업의 로망'과 '현실'의 괴리 사이에 놓인 소비자들의 고민을 말끔하게 해소했다.

첫 마주한 타스만은 각진 근육질로 강인한 오프로더로의 인상을 충분히 줘 픽업트럭 매니아들의 기대감을 충분히 충족시킬만 하다.

그러면서도 실리는 잃지 않았다. 전장 5410㎜, 전폭 1930㎜로 적재 중량은 최대 700㎏로 충분한 적재 공간을 확보하면서도 덩치는 데일리카로 활용하기에 버거울 정도는 아니다. 대표적으로 미니밴 카니발과 비교했을 때 전장은 255㎜ 더 길지만, 전폭은 65㎜ 좁다. 주차 시 앞뒤 길이보다 좌우 폭에 더 예민한 점을 감안하면 타스만의 덩치는 충분한 메리트를 갖춘 셈이다.

오프로드로의 가치도 훌륭하지만 데일리카로의 장점을 먼저 짚고 넘어가겠다. 온-로드 주행감은 이번 시승에서 그만큼 인상깊은 요인이기도 했다.

이번 시승인 이달 초 강원 인제에서 진행됐다. 가장 돋보인 점은 SUV 못지 않은 정숙성과 주행성능이다. 그 동안 여러 오프로드용 SUV와 픽업트럭을 시승해봤는데 타스만은 경쟁군은 물론, 고가의 수입 모델과 비교해서도 가장 정숙한 편에 속했다. 노면 소음은 물론 꽤 고속으로 달려도 풍절음을 굉장히 잘 잡아줬다. 중형 SUV 수준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준이었다.

기아는 이중접합 차음 유리와 흡차음재 보강 등 NVH(소음·진동) 개선에 공을 들였다며 자신감을 보였는데, 이날 시승에서 이를 충분히 체감할 수 있었다.

노면 진동은 픽업트럭 한계상 프레임 바디를 채택할 수밖에 없는 만큼 다소 한계를 보였다. 하지만 이 역시 아쉬울 정도는 아니었기에 데일리카 혹은 패밀리카로 추천하기엔 손색없는 수준이었다. 주행 성능은 최대 출력 281마력, 최대토크 43㎏·m으로 꽤 높은 속도로 올려도 힘은 지치지 않았다.

실내 공간도 여유롭고 고급스러웠다. 각 12.3인치의 클러스터와 센터 디스플레이, 5인치 공조 디스플레이가 하나로 연결된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는 시원한 시야감을 제공했고, 두 개의 스마트폰을 동시에 충전할 수 있는 듀얼 무선 충전패드로 편의성과 수납공간을 동시에 확보했다. 또 센터콘솔을 열면, 뚜껑(?)이 1열 테이블로 활용할 수 있어 노트북으로 일을 하거나 도시락 등의 식사를 즐길 수도 있었다. 기아는 이를 '폴딩 콘솔 테이블'로 명명했다. 2열은 주먹 2개가량의 무릎 공간이 나와 가족과 함께 하기에 충분했다.

사실 이날 시승의 묘미는 오프로드 주행이었다. 특별히 짜여진 오프로드 코스는 도강, 바위, 사면 경사로, 측면 경사로, 머드 등의 구간으로 이뤄졌다. 또 해발 760m의 인제 박달고치 전망대까지 오르는 진정한 아웃도어 주행도 체험할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힘이 넘친 데다, 다양한 첨단 기능은 타스만의 진가를 엿볼 수 있었다. 오프로드 시승은 전용 트림인 'X-프로'로 진행됐다.

도강의 경우 최대 800㎜까지 가능한 데, 이날 시승에서는 안전상의 이유로 500㎜의 체험을 했다. 사실 600㎜도 꽤 깊은 수심으로 측면 유리 넘어 물이 '찰랑' 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타스만은 거침없이 주파해냈다. 머드 모드에서는 슬립(미끄러짐) 현상을 어느 정도 허용하면서 완벽에 가깝게 통과해 오프로드 주행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35도의 측면 경사로에서는 차가 쓰러질 듯할 정도로 사선으로 기울었지만 코스를 주파해내는 데는 전혀 문제없었다.

타스만은 샌드, 머드, 스노우 등 터레인 모드를 갖췄는데 예를 들어 록(바위) 모드의 경우 기어를 하단으로 잠궈주면서 힘을 더 보강해 주파를 지원해주고, 머드(진흙)의 경우 이보다 변속을 풀어주면서 슬립을 허용해 주파 성능을 높여줬다. 또 인공지능(AI)이 노면을 판단해 적합한 주행 모드를 자동으로 선택하는 '오토 터레인 모드'도 지원한다.

여기에 오프로드 초보자도 자신감을 갖게 해주는 'X-트렉' 기능도 적용됐다. 이는 일반 주행의 '크루즈' 기능과 비슷한 것으로, 설정만 해 놓으면 차가 스스로 코스를 인지해 알아서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최대 시속은 7㎞로 5단계 조절 가능하며, 운전자는 스티어링휠만 조절하면 된다. 이번 시승에서는 3~4㎞의 2단계로 사면 경사로를 체험했는데 진입·탈출시 스스로 속도를 제어하면서 주파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 외에도 인포테인먼트 화면에 차량 하부 노면을 보여줘 운전자의 정확한 차량 조작을 돕는 '그라운드 뷰 모니터', 엔진과 변속기 오일류 온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오프로드 페이지' 기능으로 주행 상황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최대 견인 중량은 3500㎏이다. 가격은 기본 모델 3750만~4490만원, X-프로는 5240만원이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