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WTO 회원국 통보 1334건…미국 132건
韓 주요수출 美·유럽·중국 등 규제 20% 이상 증가
올해 1분기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이 통보한 기술규제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한국의 수출길이 험난해질 전망이다.
미국은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상호관세에 이어 무역기술장벽(TBT)까지 높이며 보호무역주의 노선을 고수했다. 통상전쟁에다 기술규제 강화가 더해져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비관세 장벽인 기술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자국 내 일자리와 제조업을 보호·육성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이에 대응할 체계적인 통상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무역기술장벽(TBT) 통보 현황은 1334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이는 분기별 기준 사상 최대치다. TBT 건수는 1분기 기준으로 2022년(916건) 이후 2023년(1121건), 2024년(1191건)에 이어 올해(1334건)까지 증가세를 이어갔다.
국가별로 보면 한국의 주요 수출 시장인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에서 규제가 20% 이상 크게 증가했다. 미국은 지난해 같은 기간(102건)보다 29.4% 증가한 132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15대 중점국 가운데 TBT 통보 건수가 가장 많은 수준이다. 자동차 뒷좌석 안전벨트 착용 경고시스템 의무화 등 자동차 안전 규제와 에너지 효율 규제 강화, 화장품 제조 시 독성 물질 사용 제한 등으로 기술규제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에 상호 관세를 발표한 데 이어, TBT 장벽도 적극적으로 쌓으면서 자국 우선주의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최근 연례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30개월 이상인 미국산 소고기 수입 금지, 국방 분야에서의 절충 교역 디지털 무역 장벽 등을 지적하기도 했다.
중국은 화재장비, 전기조명 제품 등 생활용품·전기전자 분야 안전규제를 제·개정해 79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23.4% 증가했다. EU의 TBT 통보 건수는 지난해 1분기 14건에서 올해 1분기 28건으로 2배 급증했다. EU는 전기전자제품 내 특정 유해 물질 사용을 제한하고, 승용·대형차의 형식 승인 시험 절차를 개정하는 등 전기전자·자동차 안전 분야의 규제를 강화하면서 크게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베트남은 지난 3월 전기자동차 충전 사용 장비에 대한 안전 등 기술규정을 발표해, 오는 6월 15일부터 시행 계획을 앞두고 있어, TBT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의 상호관세에 이어 각국이 무역기술장벽까지 높이 세우면서 글로벌 무역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전체 자동차 수출액(708억달러)의 절반(347억달러)에 달한다. 여기에 미국의 자동차·부품 관세 25% 부과로, 국내 업체들은 미국 내 생산 비중을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불리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WTO 탈퇴를 시사하고, 현재 양자 협상 중심으로 무역 질서가 변화되고 있어, 체계적인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현동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은 제조업 강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관세와 무역기술장벽 등을 수단으로 활용하는 정책 기조를 보인다"면서 "패권국으로서 미국이 과거 무역 질서를 주도하고, 다른 국가들이 따르도록 했지만, 지금은 그 질서를 완전히 뒤흔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 안보와 환경을 명목상으로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보호무역을 작동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급망 등 생산 여건 전반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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