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기재부 이구동성 "미국 관세로 대외여건 악화, 경기 하방 위험"
한 권한대행 체제 협상 한계… 6·3대선 모드, 관세 대응 역부족
"추경 규모 늘려야…민관 협력 체계도"
한 권한대행 체제 협상 한계… 6·3대선 모드, 관세 대응 역부족
"추경 규모 늘려야…민관 협력 체계도"
최근 국책연구기관과 정부는 미국이 촉발한 관세전쟁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극에 달하며 우리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는 공통된 진단을 내놨다. 미국의 관세 인상에 따른 영향이 국내 생산 둔화로 먼저 나타나고,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비록, 상호관세 부과가 90일 유예되면서 시간은 벌었지만 한덕수 권한대행 체제에서 대미 협상의 한계, 6·3 대선 정국에 따른 정부의 관세 대응이 역부족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대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민관 공동 협력 체계 구축 등 범정부적 대응과 함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등 신속한 재정 투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기획재정부는 4월 경제동향을 통해 "미국 관세 부과에 따른 대외여건 악화로 경기 하방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 경제가 소비·건설투자 등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관세 정책이 국내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는 진단이다.
13일 조성중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국내 정치 일정과 향후 절차가 명확해지면서 대내적인 불확실성보다는 대외 여건이 더 큰 하방 압력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지난달보다 하방 압력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국제금융센터도 보고서 '글로벌 무역갈등 관련 국제금융시장 동향'을 통해 대내 수요 감소 등 내수 부진에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발표 후 90일 유예 결정 등 모호한 관세 정책으로 대외 변동성이 극대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홍경식 국제금융센터 부원장은 "내수 부문이 계속 좋지 않아 여전히 내우외환인 상황에서 미 관세에 따른 통상 리스크가 너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관세 대응을 위해 남은 90일 동안 대미 협상에 주력해야 하지만 국내 상황은 녹록지 않다. 두 달 남짓 한덕수 권한대행 체제에서 대미 협상 때 과감한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서다.
한 외교통은 "권한대행이 협상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것과 차이가 클 경우 차기 한국 대통령과 다시 협상하려 할 수도 있다"며 "대행 체제라 섣부른 협상보다는 예의주시하면서 시간 끌기 정도로 상황을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한 권한대행 주재 '경제안보전략 TF(태스크포스)'를 중심으로 미국 관세 등 통상 현안에 대응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1일 대외경제장관회의,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 회의) 등을 잇달아 열어 미국 관세조치에 따른 대응책을 점검했다. 최 부총리는 "미 정부의 상호관세 '90일 유예조치'에도 불구하고 미·중 관세분쟁 심화, 품목별 관세 등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며 "관계기관이 각별한 경각심을 갖고 상황별 대응계획을 점검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6월 대선을 앞두고 있어 정부 차원의 관세 대응만으로 역부족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밝힌 10조원 '필수 추경' 규모도 확대하는 등 재정의 역할도 강조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전망실장은 "대외 불확실성이 과거 금융위기나 경제위기 수준으로 극에 달했고, 대선 모드 등 혼란스러운 상황에 대외 협상에서 큰 성과를 낼지 의문"이라며 "지금 논의되는 추경을 전향적으로 크게 늘리는 식으로 내수 회복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도 "소비와 투자 부진에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임시투자세액공제 대상 범위 확대 등으로 국내 투자를 촉진하고 통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정부 TF뿐 아니라 민관 공동 협력 체계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원승일기자 won@dt.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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