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의 광범위한 구조조정으로 인해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 관문이 좁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오랫동안 무역전쟁에서 제외한 의약품마저 관세의 타깃이 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신약개발 승인과 의약품 수출 확대를 목표로 하는 우리 기업들의 근심도 커지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대대적인 연방 인력 축소 캠패인의 일환으로 FDA에서 3500명, 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 2400명, NIH에서 1200명, 메디케어 및 메디케이드 서비스 센터에서 300명을 해고하는 것을 포함한 보건기관 개편 계획을 발표했다.
해고 대상 직원들은 이달부터 종료 통지서를 받기 시작했는데, 인력 감축 대상에는 의약품과 백신, 의료기기, 식품, 수의학 및 담배 제품을 감독하는 검사관이나 신제품의 신청서 기록 관리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포함됐다. 또 현장 실사를 담당하는 FDA의 검사 및 조사부(OII)소속 170명도 해고됨에 따라 FDA가 실시하는 정기식품 및 의약품 검사 횟수를 줄일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OII의 인력 감축으로 의약품 정기 검사에 속도를 내기 더욱 어려워졌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관계자는 "연간 3만건의 의약품·의료기기에 대한 국내외 검사를 감독하는 OII는 직원들의 해고로 정기 검사의 횟수를 줄여 각국 제조시설 점검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FDA가 안전 위험에 대해 경고를 받은 시설에 대한 검사나 제약회사가 이전에 위반사항을 시정했는지 확인하기 위한 후속 방문 검사와 같은 긴급한 업무를 위한 '감시 검사'를 줄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FDA의 인력 감축으로 신약 승인 절차에도 영향이 있을 전망이다. 현재 FDA허가 도전을 하고 있는 국내 의약품은 HLB '리보세라닙'과 HK이노엔 '케이캡'이 있고,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도 바이오시밀러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며 FDA허가에 도전하고 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FDA 인력의 감축에 따라 의약품 승인 관문은 확실히 좁아질 것"이라며 "충분한 인력이 있었다면 승인 가능했던 신약들이 거절 및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승인 지연으로 희귀질환 개발 기업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비항암제 신속승인도 어려워질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현재 FDA 직원들의 해고로 조류 독감 대응부터 의약품 감독에 이르기까지 모든 업무에 이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특히 약물 평가 및 연구 센터의 신약 사무국 국장인 피터 스타인이 해고 명단에 포함돼있어 미국 신약개발 관련 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심사 마감일이 이달 1일이었으나 기한을 넘겼다.
한편 미국이 향후 의약품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밝혀 업계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에 글로벌 빅파마들은 최근 미국 현지 생산시설 확대 사업에 나서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미국 현지에 의약품 재고를 미리 이전해두거나 생산시설을 확보하는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대응책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