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 대통령은 그간 중국과 반도체에 대해 최대 100% 이상의 관세 부과를 공언해왔는데, 미 당국은 최근 반도체·스마트폰을 관세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반도체학계에선 미 정부가 전략적으로 애매한 태도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관세국경보호국(CBP)은 11일(현지시간) 반도체와 스마트폰, 컴퓨터 등을 상호관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특정 물품의 상호관세 제외 안내'를 공지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하기로 했던 상호관세를 이들 품목에는 적용 유예하겠다는 결정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이 미 정부의 공식 입장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14일(현지시간)에 답을 주겠다"고만 말했다.
아울러 중국에서 수입되는 스마트폰에 20%의 관세가 그대로 부과되는 것인지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와 별개로 중국에 대해 '10%+10%' 관세를 부과한 상태다. 해당 관세 항목이 유효하면 애플은 관세 직격탄을 맡게 된다. 아이폰 생산의 약 90% 가량은 중국에서 이뤄진다. 또 무관세인 반도체에도 상호관세가 적용되면 DDR4 등 범용 메모리에 관세가 붙어 완제품 가격 상승을 유발하게 된다.
CBP 공지가 나온 직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와 별개로 펜타닐 등 마약 대응을 이유로 중국에 부과한 '10%+10%' 관세는 그대로 유지된다고 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제조 스마트폰에 대한 20% 관세 여부가 불확실하다고 보도하는 등 해석이 분분한 상황이다.
업계는 미 관세국경보호국의 반도체 관세 유예 결정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고 진단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전 정부가 제정한 '칩스법'을 비판하며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한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낸 바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에도 "TSMC가 미국에 생산설비를 건설하지 않으면 최대 100% 관세를 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국경보호국이 반도체 관세를 유예 결정을 내렸을 지라도, 트럼프 정부가 다른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반도체 관세가 유예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라면서도 "그렇지만 반도체 관세 부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대응에 혼란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 정부가 전략적으로 반도체 관세에 대해 애매한 입장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전부터 반도체 관세를 주장해왔지만, 자국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반도체 관세를 폐기하기에는 정치적 명분이 없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미국은 관세정책으로 자국 국익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리겠다고 하는데, 반도체에 관세가 부과되면 미 빅테크 기업들이 피해를 본다"며 "미 정부는 당장 반도체 관세에 대해 명확한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관세 유예를 지속하며 애매한 태도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밝혔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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