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대규모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이 지정된 2020년 이후 토지거래허가 건수가 해마다 증가해 총 1만2000건을 돌파했다. 허가 신청 건수 대비 허가율도 10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3월까지 토지거래허가 허가 건수는 총 1만2828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20년 707건에서 2021년 1669건으로, 총 962건이 늘었다. 이후 금리 인상 여파로 거래 침체가 극심했던 2022년 1399건으로 감소했다가 △2023년 3389건 △지난해 4490건으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
토지거래허가 대상지가 늘어난 탓도 있지만, 다주택자 규제 심화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강남권이나 주요 재건축 단지 위주로 매수세가 몰린 영향이 크다.
자치구별로 토지거래허가 건수가 가장 많은 곳은 강남구로 조사됐다. 조사 기간 내 총 4344건이 허가됐다. 이는 서울시 전체 허가 건수의 33.9%에 달하는 수치다. 뒤이어 △송파구 2743건 △양천구 1845건 △영등포구 592건 △서초구 434건 순으로 고가 주택과 재건축 단지에 몰렸다.
토허구역 내 거래에 실거주(실사용) 등 제약이 많지만 거래 허가율(신청 건수 대비 허가 건수)은 100%에 육박했다. 조사 기간 내 토지거래허가 신청 건수는 총 1만2906건으로, 평균 허가율이 99.4%에 달했다.
허가가 불허된 경우는 총 76건으로 집계됐다. △실거주 목적 부적합(30건) △농업·임업 경영 기준 부적합(26건) △자기 경영 목적 부적합(10건) △임대사업 조건 미달 및 현상 보존 요건 미충족(8건) 등이 거절 이유였다.
부동산 시장 일각에서는 토허구역 지정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토허구역 지정에도 여전히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와 재건축 단지가 집값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허가구역 내 집값은 못 잡고, 주택 소유주들의 재산권 침해는 커지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황희 의원은 "토허구역은 신도시 개발이나 도로 건설 등 투기 세력 유입을 막기 위해 개발 예정 토지 등에 적용하는 것이 본래의 취지로 인구가 밀집된 도시 한복판에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정 지역 몇 곳을 토허구역으로 지정해서 규제한다고 해서 부동산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면서 "차라리 공공부지 매입 비율을 높이는 것이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