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병 민주당·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법안 발의
'공정성' 민감한 2030 세대 울리는 채용 비리
"사회적 박탈감 키우는 고질적 병폐, 뿌리 뽑아야"
국회의 입법 기능은 국민의 삶과 직결됩니다. 좋은 법은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지만 반대의 경우 불편함과 불이익을 초래합니다. 이는 국회의원이 충분한 논의와 신중한 검토를 거쳐 법안을 발의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법안들 중 내 삶과 가족, 일터와 사회에 의미가 있거나 울림을 주는 법안을 소개하고 그 필요성과 의의를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편집자주]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연합뉴스]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특권층의 채용 비리에 청년층이 분노하고 있다. 2019년 조국 사태뿐 아니라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고위직 간부 자녀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특혜 채용과 심우정 검찰총장 자녀의 외교부·국립외교원 특혜 채용 의혹 등은 청년들에게 깊은 좌절과 울분을 가져다줬다.
채용 비리는 단순히 누군가의 기회를 빼앗는 수준이 아니다. 청년 세대의 희망을 꺾고 사회 곳곳에 분열과 갈등, 불신을 드리운다. 특히 치열한 경쟁 환경 속에서 자라온 2030 세대는 공정을 중요한 사회적 가치 중 하나로 여긴다. 그러나 기회의 문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3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858만9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9만3000명 늘었다. 하지만 이를 산업과 연령대별로 나누면 명암이 뚜렷했다.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업과 건설업 취업자는 각각 18만5000명, 11만2000명 줄어들었다. 또 20대 청년층에서는 취업자가 20만2000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사이 특권층이 부당한 방식으로 혜택을 누리는 모습은 청년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채용 비리를 막기 위한 보다 근본적이고 촘촘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정치권에서는 진영을 막론하고 채용 비리 근절법이 쏟아지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22대 국회 들어서 발의된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만 해도 11개에 이른다. 가장 최근에 법안을 발의한 이는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다.
윤 의원과 임 의원이 발의한 법안 모두 선관위의 채용 비리 논란이 불거진 이후 나왔다. 윤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채용 비리의 개념을 정립하고 벌칙 규정, 피해자 구제 방안 등을 명확히 명시한 게 핵심이다. 기존의 '채용 강요 등의 금지' 조항을 '채용 비리의 금지'로 확대 변경하고 처벌 수준을 과태료에서 벌칙으로 높였다. 이와 함께 구인자가 채용 비리를 원인으로 시험에 합격한 사람의 채용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경우 단계별 채용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단계를 합격한 것으로 봐 다음 단계의 응시 기회를 부여하도록 했다. 윤 의원은 "채용 비리는 우리 사회의 정의와 공정의 가치를 훼손하고 청년 세대의 노력과 희망을 송두리째 빼앗아가는 고질적인 병폐"라며 "청년들의 사회적 박탈감을 키우는 채용 비리 문제를 우리 사회에서 하루빨리 근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현행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공정 채용에 관한 법률'로 전부 개정하도록 했다. 또 면접에서 직무와 무관한 개인정보를 질문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평가 기준이나 결과 등을 조작해 특정인을 채용했을 때는 제재 수준을 과태료에서 형사처벌로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임 의원은 "채용은 청년이 본격적으로 사회에 진출하고 기업이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는 과정"이라며 "공정성을 확립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회적 과제"라고 강조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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