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경선 구도는 오 시장의 불출마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홍준표 전 대구시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3강 구도로 치러질 전망이다.
오 시장은 전날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백의종군으로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며 6·3 조기대선에 불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당 누구도 윤석열 정부 실패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국민의 명령을 제대로 받들지 못한 책임, 당정 간 갈등을 해결하지 못해 국민을 불안하게 한 책임, 국민의 온도를 체감하지 못하고 민심을 오독한 책임은 한 사람이 아닌 우리 모두 나눠 가져야 할 부채"라고 말했다. 이어 "비록 저는 출마의 기회를 내려놓지만 당과 후보들에게는 딱 한 가지만 요청한다"며 "'다시 성장'과 더불어 '약자와의 동행'을 대선의 핵심 어젠다로 내걸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지난달만 해도 저서 '다시 성장이다'를 출간하며 대선 출마 의지를 보인 바 있다. 그러나 돌연 불출마 의사를 밝힌 것을 두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의 차출론을 비롯한 당 내부의 추대 분위기,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번복으로 인한 정치적 타격과 부진한 지지율, 명태균 리스크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중도 확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던 오 시장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당내 대권주자들은 앞다퉈 표심을 흡수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 전 장관, 홍 전 시장 등은 일제히 오 시장이 제시한 '다시 성장'과 '약자와의 동행'의 비전을 이어받겠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성장과 더불어 약자와의 동행을 기치로 내건 오 시장의 소명 의식에 적극 동의한다"고 했고 홍 전 시장은 "오 시장이 말하는 '다시 성장'과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화두는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향후 국정 운영에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 전 대표는 "오 시장이 대선 핵심 어젠다로 당부한 다시 성장과 약자와의 동행은 제가 출마 선언에서 얘기한 '성장하는 중산층의 시대', 당 대표 시절부터 일관해온 '격차 해소'와 같다"고 했다. 이 밖에 나경원·안철수 의원, 이철우 경북도지사, 유정복 인천시장, 범보수 진영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러브콜'을 보냈다.
오 시장이 대선 레이스에서 이탈하면서 국민의힘 경선 구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1차 경선에서 국민 여론조사 100%로 후보 4명을 추린다.
유 전 의원도 이날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불참하겠다고 발표했다. 유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보수 대통령이 연속 탄핵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은 제대로 된 반성과 변화의 길을 거부하고 있다"며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유 전 의원은 당을 겨냥해 "대선 패배를 기정사실화하고 패배 후 기득권에 집착하는 모습에 분노한다"며 "보수의 영토를 중원으로 넓히기는커녕 점점 쪼그라드는 행태가 할 말을 잃게 한다"고 비판했다. 이는 '역선택 방지 조항'이라는 경선룰을 둘러싼 불만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경선에 불참하겠다고만 밝히고 대선 출마 가능성은 닫지 않았다. 그는 "어디에 있든 제가 꿈꾸는 진정한 보수의 길을 계속 갈 것"이라며 "미래 세대를 위한 희망의 정치, 개혁보수를 원하는 중수청의 목소리에 계속 귀를 기울이고 오직 대한민국의 미래만 생각하겠다"고 했다. 당내 경선에 불참할 뿐 무소속 출마 가능성 등은 열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경선 구도의 윤곽이 점차 구체화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각 주자들의 움직임은 한층 격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는 한 대행의 차출론은 여전한 변수다. 당 지도부가 자제를 당부했지만 이날도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한 대행의 출마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성일종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대행은 시대의 요구를 외면하지 말길 바란다"며 "국민의 요구에 응답해 달라"고 요청했다. 성 의원은 "지금 대한민국은 국내외적 위기로 이 혼란을 부드럽고 안정적인 리더십으로 첫날부터 능숙하게 맞서야 할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국민들께서 한 대행을 국격을 대표하고 국민의 자존감을 높여줄 사람으로 믿고 있다"고 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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