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 간 KAIST 관련 교원·학생 창업기업 중 20곳이 코스닥 등에 상장했고, 이들 기업의 가치만 10조원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창업 친화적 프로그램과 지속적인 창업제도 규제 개선 등이 창업 활성화로 이어져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14일 KAIST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2024년까지 KAIST 출신 교원·학생 창업 실적은 연 평균 115건에 달했다. 연도별로 창업건수는 2021년 136건, 2022년 133건에서 2023년 89건으로 큰 폭으로 감소한 이후 2024년 93건을 기록해 주춤하고 있지만, 창업기업의 성과는눈에 띄게 두드러진다.
개교 이래 2023년 말 기준 창업기업 수는 1914개, 총 자산규모 94조원, 총 매출 규모 36조원, 총 고용인원 6만1230명에 달해 KAIST가 '딥테크 창업 사관학교'임을 대외적으로 보여줬다. 특히 지난해에만 엔젤로보틱스, 토모큐브, 아이빔테크놀로지 등 바이오 및 로봇 분야 스타트업 4개사가 상장에 성공했다.
KAIST 출신 성공 기업으로는 교원 창업기업인 레인보우로보틱스, 엔젤로보틱스와 학생 창업기업 루닛을 꼽을 수 있다. 세계적인 로봇공학자로 국내 최초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한 오준호 기계공학과 석좌교수가 2011년 2월 창업한 레인보우로보틱스는 협동로봇, 모바일 로봇, 이동형 양팔로봇, 사족보행 로봇 등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기업 가치를 높여 2021년 2월 코스닥 입성에 성공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투자 및 인수해 업계를 관심을 받으며 현재는 삼성전자 자회사로 편입돼 5조원 시가 총액의 로봇 전문 기업으로 성장했다.
엔젤로보틱스는 공경철 기계공학과 교수가 2017년 설립한 로봇 기업으로, 웨어러블 로봇 기술 상용화에 이어 보행 재활치료, 근력증강 등의 분야로 로봇 활용을 넓혀가며 지난해 3월 코스닥에 상장됐다. 현재 시총은 4200억원에 달한다.
루닛은 KAIST 출신 6명이 모여 2013년 설립한 의료 인공지능(AI) 기업으로, 2022년 7월 코스닥에 상장해 암 검진과 치료를 위한 AI솔루션을 출시하며 현재 1조5000억원 시가 총액을 기록하고 있다.
KAIST가 창업 분야에서 눈부신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창업 친화적 프로그램을 포함한 창업 관련 제도 혁신에 주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창업제도 개선 측면에서 KAIST는 교원 창업 심의, 총장 승인 절차 등의 단계를 폐지해 창업 승인 절차를 대폭 간소화했다. 또한 학생 창업의 경우 창업 휴학 가능 기간을 4학기에서 무기한 연장할 수 있도록 확대함으로써 학생 창업을 유도했다.
대표적인 창업 프로그램으로 KAIST는창업기업의 시제품을 제작해 주고, 외부 전문가를 매칭해 제작비를 지원하는 '패스트 프로토타이핑'을 2023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현재 16개 기업이 프로그램 지원을 받아 시제품 제작기간을 평균 2년에서 6개월 단축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KAIST는 설명했다.
이와 함께 지역창업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KAIST 스타트업 글로벌 센터'를 2029년 개관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배현민 KAIST 창업원장은 "일자리 창출과 성장동력의 발굴 육성이라는 국가 과제를 성공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한국 토양에 맞는 기술창업 생태계의 성공적인 모델을 정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