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해군사령관, 조선소 방문
HJ중공업과 MRO사업 등 논의
中 견제에 한미 협력 카드 활용
HJ중공업과 MRO사업 등 논의
中 견제에 한미 협력 카드 활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공세로 국내외 산업 전반에 쓰나미급 피해가 발생했지만 'K-조선' 만큼은 예외인 모양새다.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조선업 재건의 핵심 협력 파트너로 지목되며 이후 제3국의 협력 문의까지 이끌어 내고 있다.
나아가 한미 조선협력이 본격화 하면 미국과의 '상호관세'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수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닐 코프로스키 주한미해군사령관(준장)이 부산 영도 HJ중공업 조선소를 방문하며 한미 조선 협력이 가시화 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양측은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등과 관련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HJ중공업은 미 해군 보급체계사령부와 사전협약이자 자격요건인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전담팀(TF)을 구성하고 본격적인 준비에 나섰다. 또 최근에는 한미연합군사령부와 유엔군사령부에서 활동했던 전인범 전 특수전사령관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등 인적 역량도 강화 중이다.
업계 안팎에선 미국이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협력국은 실질적으로 한국뿐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1980년대 이후 미국 조선업은 급격히 쇠퇴했다. 조선소 수는 80% 이상 줄었고, 연간 선박 건조 능력은 5척 이하 수준으로 감소했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0.2%에 불과해 사실상 경쟁력을 상실한 상태다. 반면 한국은 올해 1~3월 누적 기준 세계 수주 점유율 27%를 기록하며, 조선 강국으로서 입지를 굳혔다. 중국은 49%로 1위에 올랐고 일본은 2%로 3위에 머물렀다.
조선업계는 설계, 건조, 용접 등 전 과정에 걸친 기술을 미국에 이전하는 방식의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조선소의 낮은 생산성과 효율성을 고려할 때 한국의 기술 전수와 공정 혁신은 미국 조선업 재건의 필수 조건으로 꼽힌다.
대형 선박의 경우 건조에만 1년 6개월에서 2년, 설계에 약 6개월이 소요된다. 한국은 이 모든 과정을 통합 지원할 수 있으며 선주의 요구에 따른 맞춤형 설계와 공정 관리, 숙련 용접 인력의 기술 전수 등에서 강점을 가진다는 평가다.
미국은 현재 전략상선단을 2030년까지 250척으로 확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군함 발주 역시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중국이 2030년까지 460척 규모의 해군을 보유할 것이라는 예상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풀이된다. 미국 항로를 오가는 선박은 대부분 8000TEU~1만TEU급 이상의 대형 컨테이너선인 만큼,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사뿐 아니라 중형 조선소들의 수혜 기대감도 높아진다.
일각에선 한미 조선 협력이 무역·관세 협상에서 전략적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상호관세 시행은 여전히 잠재적 리스크로 남아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 해양산업정보센터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상호관세 조치에 따른 주요 선종별 영향 분석을 통해, 운임 하락과 물동량 감소, 수익성 저하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에 따라 유연한 항로 구조 조정과 시장 다변화 전략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된다.
이 같은 분위기는 국내 증시에도 반영돼 조선주들이 동반 강세를 이어가는 모습이 포착된다. 이날 오전 기준 HD현대마린엔진은 전거래일 대비 2050원(6.57%) 오른 3만3250원에 거래됐다. 이는 3거래일 연속 상승세로 장중 52주 신고가도 경신했다. 또 세진중공업(5.7%), 한화엔진(4.6%), 한화오션(3.61%), HD현대마린솔루션(3.57%), STX엔진(2.09%), HD현대중공업(1.9%) 등이 모두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조선업은 정치·경제·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간 전략적 연대를 강화할 수 있는 상징적인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특히 중국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한층 중요성이 강조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와의 첫 통화에서도 한미 간 협력 분야로 조선업을 언급했다.
양호연기자 hy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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