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현미경(AFM) 독자 개발 기업 파크시스템스가 나노 단위 계측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종합 계측장비 기업으로의 도약에 나선다. 파크시스템스는 특히 반도체 후공정용 장비 시장에서 성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만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기업에도 장비 공급을 이미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일 파크시스템스 대표는 지난 14일 경기 수원 본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박 대표는 "반도체 첨단 패키징에서 AFM이 거의 유일한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대만 T사 외에 다른 글로벌 메모리 기업과도 협업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AFM은 배율이 수천만배에 달하는 원자현미경이다. 기존 광학현미경이나 전자현미경보다 미세 구조를 훨씬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AFM를 활용 시 미세 단위의 반도체 결함 문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된다.
AFM은 반도체 공정이 10나노 이하로 초미세화 되면서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파크시스템스는 이 영향에 지난해 창사이래 최대인 매출 1751억원과 영업이익 385억원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반도체 후공정으로도 AFM 장비 쓰임새가 넓어지고 있다. 지난해 인공지능(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 붐이 일면서 후공정·패키징의 중요성이 커진 영향이다. 후공정 패키징 기술은 반도체 집적도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중요한 단계로 각광 받고 있다. 파크시스템스는 이에 지난해 3분기 반도체 후공정용 AFM 장비를 별도 출고했다.
박 대표는 "전공정용 장비에서는 기존 장비회사를 밀어내고 시장에 진입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지만, 후공정에선 눈에 띄는 기업이 많지 않아 그야말로 블루오션인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글로벌 기업이 반도체 팹을 새로 짓는다고 하면 그곳엔 AFM 장비가 필수적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크시스템스는 AFM을 통해 HBM4(6세대)와 HBM4E(7세대) 하이브리드 본딩 시장 진입도 목표하고 있다. 파크시스템스가 겨냥하는 하이브리드 본딩 시장은 SK하이닉스 공급망일 것으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는 HBM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파크시스템스 관계자는 "HBM에는 아직 AFM 장비 기술이 쓰이고 있지 않지만, 하이브리드 본딩 시장이 개화하면서 쓰임새가 넓어질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하이브리드 본딩은) 상당히 좁은 변형을 넓은 범위에서 재야 하기 때문에 (AFM 이외) 다른 장비로는 잴 수 없다"고 전했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