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치! 티니핑', '메탈카드봇'. 조카나 자녀가 없는 분들이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애니메이션입니다. 이전엔 '뽀롱뽀롱 뽀로로'가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면 '이제는 티니핑'이라는 말도 있죠.
아이들은 '캐치! 티니핑'과 '메탈카드봇'을 너무나 좋아하지만, 어른들은 뒤에서 남몰래 눈물을 훔치곤 합니다. 캐릭터가 무한증식하거든요. '뽀로로'는 캐릭터가 여섯 명(?)인데 반해, '캐치! 티니핑'의 경우 새로운 기수가 등장할 때마다 새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현재까지 로열핑은 23명, 레전드핑은 4명, 일반 티니핑은 37명으로 파악됩니다. 기수마다 새로운 버전의 장난감 세트와 티니핑이 그려진 의류, 액세서리, 영화, 뮤지컬 등 여러 버전으로 부모의 지갑이 열릴 수밖에 없도록 타겟팅하죠. '파산핑'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 수도 있겠습니다.
현명한 투자자라면 '캐치! 티니핑'과 '메탈카드봇'의 제작사가 어디인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2022년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SAMG엔터입니다. 보유 지식재산권(IP)를 기반으로 상장 이후 오프라인 테마공간 사업을 신규 사업으로 추진해 '티니핑랜드 구미', '티니핑월드 in 판교'를 오픈하기도 했죠. 2023년엔 정관에 유통업과 수출입업을 추가해 이마트 등 주요 마트와 직거래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어른들의 지갑이 열리는 만큼 회사의 매출액도 날로 증가세입니다. 2022년 683억원 수준이었던 매출액은 202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년 만에 약 2배 가까이인 1164억원으로 늘어났습니다.
이 기간 동안 제품과 라이선스 매출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2022년 514억원 수준이었던 제품 제작 매출은 지난해 894억원으로 급증했습니다. 라이선스 매출 또한 같은 기간 121억원에서 211억원으로 크게 증가했고요. 제품 매출 중 수출 비중이 늘어난 것도 크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2022년 제품 수출액은 9억7000만원이었던 것에 반해 지난해는 172억원을 달성했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아직까지도 적자지속 상태입니다. 매출액이 2년 전보다 70.42% 늘어났지만, 매출원가도 그만큼 늘었기 때문입니다.
매출원가 내역을 살펴보면 매출에 상당부분을 차지했던 제품원가, 라이선스의 매출원가가 가장 많이 늘었습니다. 2022년 388억원 수준이었던 원가는 지난해 650억원으로 67.52% 증가했습니다. 제품 매출액이 73.92% 늘었지만, 이에 못지 않게 매출원가도 늘어 마진이 남지 않은 것이죠. 마진을 계산해보면 제품매출의 마진은 244억원, 라이선스 매출의 마진은 111억원입니다.
2022년엔 발생하지 않았던 용역 매출의 원가도 50억원에 달하는데, 매출액은 35억원에 불과합니다. 손실이 발생한 것이죠. 용역 매출은 캐릭터 활용 오프라인 공간 사업 및 뮤지컬 기획, 제작 등의 용역을 제공하는데 해당 사업은 인건비, 장소 대관비, 마케팅비 등 초기 고정비가 크고 변동비 부담도 높아 수익성 확보까지는 꽤 어려운 구조입니다.
영업손실이 지속된 또 다른 이유는 판매비와 관리비(판관비)의 증가입니다. 2023년 327억원 수준이었던 판관비는 지난해 375억원으로 약 47억원 늘었습니다. 특히 급여, 외주용역비, 감가상각비, 지급수수료 등이 일제히 증가했습니다. 콘텐츠 확산과 오프라인 사업 확대를 위한 선제적 비용 집행이 이어진 셈입니다.
재무 부담도 영업이익 개선을 가로막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SAMG엔터는 지난 2023년 3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한 바 있습니다. 이는 공정가치 평가에 따라 손익에 반영되는데, 지난해 말 기준 파생금융부채는 전년(86억원) 대비 14억원 가량 늘어난 101억원으로 증가해 평가손실로 이어졌습니다.
전환가 하향 조정 조건과 조기상환 가능성 등은 회계상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매출이 몰리는 계절성 구조와 상반기 과잉 재고로 인한 평가손실은 여전히 부담 요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분기 기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는 점은 실적 반등 신호로 해석됩니다.
SAMG엔터는 10대 이하에 국한돼 있던 타깃 연령층을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자)까지 넓히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입니다. 이 일환으로 SM엔터테인먼트의 신인그룹 하츠투하츠와 올해 상반기 '캐치! 티니핑' 협업을 추진하고 있고 이를 계기로 중국, 일본뿐 아니라 동남아, 미국 진출 계획까지 세우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현대차와 손잡고 유스 마케팅에 나섰는데, 이를 시작으로 중장기적인 협업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 개발 파트너스십을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주지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에서 "차세대 IP 지속 발굴, 라이선스 활용처 다변화를 고려하면 이제는 글로벌 캐릭터 IP사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고 봤습니다. SAMG엔터가 티니핑으로 해외 진출에 성공, 실적 턴어라운드를 달성할 수 있을지 관심있게 지켜봐야겠습니다. 김지영기자 jy100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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