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와 품목관세 달라
"누구도 예외가 될수 없다"
반도체 관세율 다음주 공개
전문가 "전략적 모호 가능성"
"누구도 예외가 될수 없다"
반도체 관세율 다음주 공개
전문가 "전략적 모호 가능성"
![[기획] 트럼프 오락가락 `관세쇼`… 폰·반도체도 "관세 예외 아니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504/2025041502100351075001[1].jpg "[기획] 트럼프 오락가락 `관세쇼`… 폰·반도체도 \"관세 예외 아니다\"")
미 정부가 관세정책에 대해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면서 글로벌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미국 관세국경보호국(CBP)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반도체·스마트폰을 관세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관세 예외가 아니다"고 바로 잡았다. 그러나 이날에는 '유연성'을 언급하면서, 여전히 관세가 유연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국내 업계에선 미 정부가 전략적으로 애매한 태도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기획] 트럼프 오락가락 `관세쇼`… 폰·반도체도 "관세 예외 아니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504/2025041502100351075001[2].jpg "[기획] 트럼프 오락가락 `관세쇼`… 폰·반도체도 \"관세 예외 아니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스마트폰과 반도체 등에 대한 관세가 "머지않아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누구도 (관세로부터)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11일(현지시간) 밤 미 관세국경보호국(CBP)이 스마트폰, 컴퓨터 등 특정 물품을 상호관세에서 제외한다고 공지한 것과 대치되는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품목은 상호관세에서 제외하되, 이미 별도 관세가 적용되는 철강·알루미늄, 자동차 등과 마찬가지로 '반도체'라는 별도의 범주로 품목별 관세 대상에 넣겠다는 의지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CBP의 공지는 미 현지에서 스마트폰 등에 대한 관세 면제로 해석됐다. 이에 미 언론을 중심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는 데 주력한 빅테크 기업들에만 혜택이 주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정책을 후퇴한 것이 아니라고 했지만, 실제 애플 제품 등에 관세가 시행될지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에어포스원 회견에서 반도체 관세에 대해 "일부 기업에는 유연성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관세율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같은 반도체 관련 업종이더라도 기업에 따라 영향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개별 기업별로 예외나 차등 관세율을 받아내기 위한 로비의 창을 열어주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많은 경영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사저로 몰려들었고, 취임식에 수백만 달러를 기부했다"고 비판했다.
반도체 관세 시행 시기 역시 불투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관세율을 다음 주 내로 공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날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ABC뉴스 인터뷰에서 "그 제품들은 상호관세를 면제받지만, 아마 한두 달 내로 나올 반도체 관세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대통령과 장관의 말 사이에 많게는 몇 달의 시차가 있는 것이다.
구체적인 로드맵이 나오지 않는다면 반도체 관세의 범위와 시기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인해 시장의 극심한 혼란은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 관세정책에, 무역상대국은 물론 백악관 내에서 조차 혼선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미 엘리자베스 워런(메사추세츠) 민주당 상원의원은 CNN 인터뷰에서 "관세는 명확한 목표를 두고 사용할 때 유용한 도구이지만, 현재 우리가 목도하는 것은 그저 혼돈일 뿐"이라고 말했다.
국내 업계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관세 면제 가능성을 시사한 이유는 미국 국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엔비디아와 인텔, 퀄컴, 브로드컴 등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을 여럿 보유 중이지만 이들이 사용하는 메모리 반도체 생산은 주로 미국 밖에서 이뤄진다. 미국은 인건비 문제 등을 이유로 반도체 제조 공장이 들어서기 적합하지 않은 지역으로 꼽힌다. 미 메모리 기업 마이크론도 주요 생산기지를 미국이 아닌 아시아 국가에 두고 있다.
특히 애플·반도체에 대한 관세 시행 시 아이폰 가격이 크게 뛰어 관세 부담은 미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전망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아이폰 생산의 90%는 중국에서 이뤄진다. 미 매체 씨넷은 대중국 관세 시행 시 미국 현지 아이폰 판매 가격이 최고 3598달러(약 522만원) 수준까지 급등할 것으로 분석했다.
또 무관세인 반도체에 상호관세가 적용되면 DDR4 등 범용 메모리에도 관세가 붙어 완제품 가격 상승을 유발하게 된다. 반도체는 '산업의 쌀'로 불리며 가전·자동차 등 다른 완제품에 필수적으로 탑재된다.
반도체업계에선 미 정부가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만 미 정부는 전략적으로 애매한 입장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반도체 관세 시행 시 미국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은 없지만, 관세를 폐지할 정치적 명분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전부터 줄곧 반도체 관세 부과를 주장해왔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미국은 관세정책으로 자국 국익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리겠다고 하는데, 반도체에 관세가 부과되면 미 빅테크 기업들이 피해를 본다"며 "미 정부는 당장 반도체 관세에 대해 명확한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관세 유예를 지속하며 애매한 태도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말했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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