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기존계획 집중하며 대비"
업계 "투자상징성·脫리스크 고민을"
업계 "투자상징성·脫리스크 고민을"
엔비디아가 미국 현지 인프라 구축에 4년간 5000억달러(약 700조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에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에 대해서도 조만간 품목별 관세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연한' 반도체 관세율 방침에 엔비디아가 곧바로 화답함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민도 한층 더 깊어지게 됐다.
엔비디아는 14일(현지시간) "4년 내 TSMC, 폭스콘, 위스트론, 앰코, SPIL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5000억 달러 규모의 AI 인프라를 미국 내에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 정부는 엔비디아 발표 후 곧바로 '트럼프 효과'라며 홍보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 기자들과 만나 "(엔비디아가) 그렇게 한 이유는 11월 5일 선거(지난 대선) 덕분이고, 관세라는 아름다운 단어 덕분"이라고 며 "관세가 없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는 반도체 관세율을 일주일 내에 내놓을 예정이라며 "일부 기업들에는 유연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우선은 기존에 확정해둔 투자에 집중하며 변화하는 상황에 대응해 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역시 같은 입장을 내놓았다.
반도체 학계에선 삼성과 SK가 미 현지 투자 의지는 지속적으로 밝히되, 투자 불확실성은 피해가는 방법을 고민해야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SK하이닉스가 미 퍼듀대학과 파트너십을 맺고 현지에서 반도체 연구 개발을 협력하기로 한 것이 한 예다.
이종환 상명대시스테반도체학과 교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트럼프 행정부에 현지 투자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내면서도, 투자 불확실성은 최대한 피해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국내 기업이 미국 대학교와 교류를 넓히는 것도 트럼프 관세정책에 호응하는 한 방법으로 읽힐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선 엔비디아가 내놓은 투자 계획이 고부가 제품을 양산하는 시설은 아닐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가 미국 인프라에 700조원을 투자한다고 했지만, 실제 이 투자가 미국에서 최첨단 GPU(그래픽처리장치) 제조 시설을 짓겠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라며 "데이터센터를 짓고 이 안에 블랙웰(엔비디아의 최신 칩)만 보관해도 700조원 투자가 이뤄진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국내 기업도 미국에 투자했다는 상징적 의미는 주되, 실질적으로 리스크는 지지 않는 형태의 투자 방법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박순원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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