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수입산 반도체와 의약품 등이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 상무부는 14일 (현지시간) 관보에서 반도체, 반도체 제조장비, 파생제품의 수입이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기 위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대로 반도체와 의약품에 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한 모습이다.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이날 관보를 통해 의약품과 의약품 원료의 수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국가 안보 영향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의약품은 미국과 해외의 공급망 현황과 관련 위험, 외국 정부의 불공정 무역 관행과 의약품 수출을 무기화할 능력 등에 대한 의견을 요청했다.
상무부가 관보 게재일로부터 21일 내로 의견을 접수한다고 안내한 만큼, 관계자들의 의견을 취합해 최종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부과 결정을 서두르겠다는 입장이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전날 인터뷰에서 반도체 관세가 "아마 한두 달 내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조만간 의약품에 대한 품목별 관세 부과 가능성이 커지자 제약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품목관세의 목적이 리쇼어링(미국으로 생산시설 복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글로벌 제약사들이 해외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미국 제약기업 일라이 릴리는 향후 5년 간 4개의 새로운 생산 공장을 포함해 미국 내 제조역량 확장을 위해 270억달러 규모로 확장한다고 발표했고, 존슨앤드존슨은 미국 내 제조를 위해 55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머크(MSD)도 미국 내 백신 생산 역량을 위해 10억달러를 투자할 것을 발표했고, 스위스 제약기업 노바티스도 미국 내 제조 및 연구개발 시설을 확장하기 위해 5년간 230억달러를 지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국내 기업은 미국 현지에 의약품 재고를 미리 이전해두거나 생산시설을 확보하는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관세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완제의약품을 미국 현지에 미리 비축했고, 장기적으로 미국 현지 공장 건설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SK바이오팜은 미국식품의약국(FDA)승인을 받은 현지 위탁생산(CMO) 시설을 확보했고 필요시 즉시 생산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약 6개월분의 세노바메이트 물량을 미국 내에 사전 확보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해 삼성바이오에피스, 대웅제약, 휴젤 등도 의약품 관세 부과 정책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의약품에 대한 품목별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신약을 미국에 팔고 있는 기업과 바이오시밀러 기업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미국에 진입한 의약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며 매출에 타격이 생길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아 예단하기 어렵지만 완제원료에 대해 관세가 부과되면 중국이나 인도와 같은 기업들이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 "미국의 최종 목적은 리쇼어링이므로 국내 업계도 미국의 생산 인프라 건립을 고민할 것"이라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