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다음주 G20 재무장관 회의서 베선트 재무장관 면담
안 산업장관도 USTR·상무부와 협상
"조기대선 국면, 협상 최대한 시간 끌어야"
"절대로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아주 파이널한 (최종) 결정은 새 정부에서 하면 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탄핵소추 사건 조사 청문회에서 마무리 발언을 통해 밝힌 우리 정부의 대 미국 관세 협상의 큰 그림이다.
최 부총리는 "(협상은)상대방이 있는 것이고 그쪽에서 요청하는 부분에 대해 우리가 설명하고 우리 국익 차원에서 준비하는 과정"이라며 "어차피 새 정부에서도 같이 일해야 하는 공직자들이 많이 있고, 그분들이 미국 공직자들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정보와 신뢰를 얻으면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다음 주 미국과의 관세협상 개시를 위해 잇달아 미국을 방문한다. 최 부총리는 다음 주 미국 워싱턴DC에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을 만날 예정이다. 안 장관도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을 만나 관세 조정 협상에 나선다. 다음 달엔 제이미슨 무역대표부 대표가 한국을 방문하는 일정도 조율 중이다. 미국이 상호관세 부과를 90일 유예한 가운데 정부는 실무진들과의 협상을 통해 상호관세와 함께 자동차·반도체 등 품목별 관세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에서 먼저 최 부총리와 베선트 재무장관과의 통상현안 관련 회의를 제안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한국과 미국의 재무장관이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다음 달 제이미슨 무역대표부 대표가 방한이 성사되면 이 또한 첫 장관급 방한이 될 예정이다. 앞서 미국은 한국을 포함 영국·호주·일본·인도 등 5개국을 무역 협상 최우선국으로 지정했다. 일본과는 이날 첫 장관급 협상을 시작했다. 이로써, 미국이 국가별 상호관세 협상을 공식적으로 개시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이 한국 포함 5개국을 최우선 협상 대상에 넣은 것은 자국 이익 우선주의를 목표로 이들 국가와의 협상을 본보기 삼아 향후 타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협상 대상국에게 미국이 수용할 만한 선물 보따리를 빨리 내놓을수록 좋은 조건을 주겠다, 상호관세를 많이 깎아주겠다는 방식의 협상 전략"이라며 "무역수지 개선, 무역장벽 완화 등의 타결을 유도하기 위한 압박성 메시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무역 균형과 비관세 장벽 해소 등이 담긴 '패키지'를 미국에 제안해 상호관세와 자동차·철강·반도체 등 품목별 관세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협상에 나설 방침이다. 특히 미국이 원하는 가스·원유·농산물·무기 등의 수입 확대, 자동차·반도체 등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 관련 미국 현지 생산 확대 등을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 효과를 강조할 것이란 관측이다. 아울러 정부는 미국의 주한미군 분담금 조정 문제 제기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 등 안보 문제를 포함한 '원스톱 쇼핑' 방식의 협상을 언급했다.
정부는 또, 미국이 요구하는 조선 협력과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프로젝트 참여 등도 관세 최소화를 위한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정부는 미국 통상과 경제, 안보 등 복합적 문제에 대응하고, 경제부처와 안보부처 간 공조를 강화하기 위해 1차 경제안보장관회의를 열었다.
전문가들은 최 부총리의 발언과 같은 맥락에서 협상을 서두르기 보다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도체·의약품 등 아직 미국의 관세 부과 계획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측에서 조급하게 협상 조건 등을 먼저 제시할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석 교수는 "정부가 조기 대선 국면에서 섣불리 협상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어느 나라도 어떤 조건을 제시할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선제적으로 더 과도한 조건을 제시하게 될 가능성도 커 시간을 끄는 게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세종=원승일기자 won@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