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개발 동물실험을 대체할 방안으로 인공지능(AI)과 오가노이드(유사 장기)가 주목받으면서 관련 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단일클론항체 및 기타 약물에 대한 동물실험 요건을 단계적으로 폐지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기존 동물실험은 AI 기반 계산 모델이나 실험실 환경에서의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테스트 등으로 대체될 것이란 설명이다. 이는 평가 과정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연구개발 비용 부담을 줄여, 궁극적으로 의약품 가격을 낮추고자 고안된 정책이다.
업계는 이번 FDA의 발표로 전임상 단계에서 AI의 활용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AI 신약개발 플랫폼 관련 기업으로는 파로스아이바이오와 신테카바이오, 온코크로스 등이 있다.
파로스아이바이오 관계자는 "FDA의 발표는 AI 기반 신약개발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자체 구축한 AI 플랫폼 케미버스를 통해 신약 설계 및 독성 예측 등 이미 신약 개발 과정에 AI를 활용 중이다. 앞으로 이를 더욱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AI와 함께 동물실험을 대체할 방법으로 떠오른 오가노이드 관련 기업인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오가노이드 기반 신소재 평가솔루션 '오디세이'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에 따르면 오디세이는 동물실험 없이 인체의 특성을 모사하는 기능을 가진 오가노이드를 기반으로 첨단 의약품과 신소재를 정확히 평가해, 신약 개발의 효율성을 높이는 평가 솔루션을 제공한다.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를 통해 미세한 인체 환경을 구현하고 다양한 평가 지표를 반영할 수 있어 기존 시험법으로는 정확한 평가가 어려웠던 질병 치료제의 효능과 기전을 규명할 수 있다는 게 오가노이드사이언스 측의 설명이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지금까지 종양, 장, 피부 등 파이프라인을 기반으로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 등과 총 50여건 이상의 위수탁 계약을 체결했다.
업계 관계자는 "면역항암제나 항체약물접합체와 같이 고도화되고 새로운 모달리티를 가진 첨단 약물들이 개발되고 있는데, 동물실험만으로는 인간과 동물의 종간 차이 때문에 임상 실험에 한계가 발생한다"며 "오가노이드 기반 임상은 이런 종간 차이로 인한 한계를 줄여줄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FDA의 동물실험 단계적 폐지 발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국생물의학연구협회(NABR)는 FDA의 발표 직후 성명을 통해 "현재 생물의학 연구나 약물 개발 과정에서 동물실험 모델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매튜 베일리 NABR 회장은 "AI의 문제점 중 하나는 기존 데이터 활용에 크게 의존한다는 것"이라며 "동물 연구는 복잡한 생물학적 시스템의 기능을 이해하고, 새로운 약물과 치료법이 인간 환자에게 적용되기 전에 안전하고 효과적인지 확인하는 데 여전히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전무는 "2022년 미국에서 동물실험 자료가 없어도 의약품 허가 신청을 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이후로 최근 FDA가 동물실험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힌 것은 매우 충격적인 소식"이라며 "다만 동물실험을 대체할 방법들의 데이터가 쌓이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FDA의 추가적인 로드맵을 보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