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분기 이어 올해도 'C등급'
최하 면했지만 투자자보호 안돼
일각 "투자자에 부담전가" 비판
최하 면했지만 투자자보호 안돼
일각 "투자자에 부담전가" 비판
올해 1분기 유동성 공급자(LP) 등급 평가에서 신한투자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이 2분기 연속 C등급을 받았다.
가장 낮은 F등급은 면피했지만, 호가를 관리해야 하는 LP의 역할이 투자자 보호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현행 평가와 제재 방식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LP 평가에서 C등급을 받은 증권사는 신한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으로 집계됐다. 두 회사는 지난해 4분기 LP 평가에서도 C등급을 받은 바 있는데, 2분기 연속으로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반면 올해 A등급을 받은 곳은 다올투자증권이 유일하다. 다올투자증권은 직전 분기에 B등급을 받았는데, 홀로 A등급으로 상향 조정됐다.
LP는 상장지수펀드(ETF)나 상장지수증권(ETN) 거래에서 유동성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매수·매도 호가를 최대한 촘촘히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거래소는 이 과정에서 의무 이행도(40%), 적극성(20%), 평균 스프레드(20%), 평균 호가 수량(20%) 등 항목으로 분기(ETN은 월)마다 평가를 실시해 발표한다. 등급은 A(매우 우수)부터 B(우수), C(보통), F(미흡)으로 나뉘어져 있다.
국내 증권사들은 2023년 2분기를 끝으로 LP평가에서 최저 B등급을 유지해왔다. 지난해 3분기엔 다올, 현대차, 신영증권이 A등급을, 나머지 증권사들이 전부 B등급에 그쳤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에 신한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한화투자증권, 에스지증권의 등급이 추락, C등급을 받았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과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등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증권사들이 LP 제출을 소홀히한 것으로 보인다.
이 중 미래에셋증권과 에스지증권은 올해 1분기 등급이 상향된 반면, 신한투자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은 2분기 연속 제자리걸음을 이어갔다.
이에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1300억원 규모의 상장지수펀드(ETF) LP 사고 영향이라고 밝혔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사고 이후 ETF LP를 재정비 중이라 호가를 많이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화투자증권은 의무 이행도, 적극성, 평균 스프레드 등 전반적으로 평가 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앞으로 유동성 공급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LP들이 호가를 촘촘하게 제시하지 않을 경우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 호가 제공이 원활하지 않아 순자산가치보다 높은 시장가격에 ETF를 매수한 투자자들은 본래 가치보다 더 비싼 가격에 상품을 매수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추후 자산가격이 상승하더라도 ETF 가격이 상승하지 않는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LP평가에서 가장 낮은 F등급을 받지 않는 이상 C등급 증권사는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다. 자산운용사는 ETF 상품을 상장하기 위해 심사를 받을 때 LP 평가 등급이 낮은 증권사를 LP로 설정할 경우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증권사에게는 직접적인 불익이 크게 없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호가를 제출해야 하는게 LP의 업무지만, 가장 낮은 F등급이 아닌 이상 증권사 입장에선 A든, C든 별다른 실익이 없다"며 "변동성이 커질수록 LP의 역할은 더 중요해지고 있는데 현재 구조에서 부담은 운용사와 투자자에게 크게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 호가를 관리해야 한다는 원성이 크다"며 "특히 시가총액과 거래량이 적은 ETF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LP들은 매수·매도호가를 조정하며 스프레드를 통해 수익을 얻는 구조인 만큼, 호가를 사실상 방치하는 것은 자신들의 이익만을 우선시하는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며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본다면, 이런 행위를 제어할 수 있는 규제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짚었다.
김지영기자 jy100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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