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인당 평균성과급 1.7억원
운용규모 커졌는데 수익성 악화
수수료 '출혈경쟁' 실효성 의문
운용규모 커졌는데 수익성 악화
수수료 '출혈경쟁' 실효성 의문
자산운용사의 운용자산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수익성은 제자리에 머무르면서 외형 성장에 비해 성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장지수펀드(ETF) 점유율 확보를 위해 수수료 경쟁을 펼친 대형 자산운용사들의 성과급도 전년과 비슷한 수준에 그쳤다.
16일 디지털타임스가 각사 보수체계연차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ETF 점유율 상위 9개 자산운용사 임원의 지난해 1인당 평균 성과급은 1억69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1억4100만원에서 약 20% 증가했다.
반면 금융투자업무담당자의 성과보수는 9800만원에서 8700만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금융투자업무담당자는 사내에서 운용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 중 보수위원회가 심의·결의한 직원이다.
지난해 국내 전체 자산운용사의 운용 규모(펀드수탁고 및 투자일임계약고)는 1656조4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형 자산운용사들 역시 모두 운용 규모가 크게 늘었다. 업계 1위인 삼성자산운용의 작년 말 기준 운용규모는 358조5932억원으로 전년 대비 48조4585억원 커졌다. 반면 당기순이익은 1066억원에서 892억원으로 줄었다.
당기순익은 줄었지만, 임원의 성과보수는 1억7400만원에서 2억2700만원으로 30% 이상 늘었다. 다만 금융투자업무담당자의 성과급은 전년과 유사한 수준에 그쳤다.
2위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설정규모가 1년새 30조원 이상 커지며 200조원을 넘어섰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48.4% 늘어나며 운용사 중 가장 많은 돈을 벌여들였다. 다만 그만큼 영업비용도 커졌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영업이익(1412억원)의 10%가 넘는 171억원을 광고선전비 항목으로 사용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임원의 지난해 성과급은 1억3854만원으로 전년 대비 38.54% 증가했다. 다만 업무담당자 성과보수는 오히려 2% 줄었다. 지난해 운용규모 150조원을 넘긴 KB자산운용은 임원 성과급만 27.16% 늘었다.
성과급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이다. 2023년 3억8800만원이었던 임직원 성과급은 지난해 6억5700만원으로 193% 커졌고, 업무담당자 성과급도 3500만원에서 6220만원으로 76% 증가했다. 한투운용의 운용규모는 70조원으로 전년보다 15조원 이상 늘었다.
임원보다 업무담당자의 성과급 증가 폭이 더 큰 곳도 있었다. 한화자산운용 업무담당자는 1인당 전년보다 200% 늘어난 평균 3000만원을 받았다. 임원 성과급은 4000만원에서 7800만원으로 95% 증가했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임원보다 업무담당자의 평균 성과급이 더 많았다. 임원이 8300만원의 성과급을 받을 때 업무담당자는 1억2600만원을 받았다. 하나자산운용은 2023년 1억8400만원이었던 임원 성과급을 0원으로 줄였고, 업무담당자에게만 9300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지난해 실적을 회복하며 인당 최대 16억원의 성과급을 챙겨간 증권업계와 달리 자산운용사는 늘어난 자산운용 규모에 비해 낮은 성과급 증가율을 보였다.
이에 대해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늘어난 운용규모의 대부분은 ETF에 유입된 자금이고, 현 시점에서 ETF는 과열경쟁으로 0.001%의 수수료율을 책정하는 등 수익사업이 아닌 수준"이라며 "운용규모가 아무리 커져도 이를 수익으로 전가시킬 수 없다면, 운용사의 실적이나 성과도 커지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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