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말뿐인 우크라 휴전협상, 주민들만 죽어간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504/2025041702102269061001[1].jpg "[외신사진 속 이슈人] 말뿐인 우크라 휴전협상, 주민들만 죽어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주도로 시작된 휴전 협상이 '신속한 종전'을 이뤄내겠다는 장담과 달리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참상을 더해가고 있습니다. 전쟁은 끝날 기미가 안보이고, 그 여파로 애궂은 민간인 피해만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러시아군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주의 주도 수미시(市)를 겨냥해 최소 두 발의 탄도 미사일을 발사, 어린이 두 명을 포함해 34명이 숨지고 1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이 중 한 발이 승객으로 가득한 버스에 명중했고, 아비규환의 참상이 벌어졌습니다. 종려주일(부활절 직전 일요일)을 맞아 거리에 나온 사람이 많았던 탓에 피해가 컸습니다. 이번 사건은 올해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최악의 민간인 인명피해로 평가됩니다.
우크라이나와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이번 공격을 거세게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장 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푸틴은 휴전을 향해 갈 의도가 없다는 게 명백하다"며 유럽의 대러 제재를 최고 수위로 끌어올릴 것을 주장했습니다. 내달 독일 차기 총리로 선출될 예정인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도 이번 공격을 '심각한 전쟁 범죄'로 규정하면서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순항미사일 '타우러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의향을 내비쳤습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 모두에 전쟁 발발의 책임이 있다는 양비론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수미 미사일 공격 참사에 대해서도 "끔찍한 일"이라면서 "나는 그들이 실수했다고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실수'라는 표현이 어떤 의미인지 묻는 말에는 "러시아에 문의하라"며 말을 돌리는 행태를 보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선거운동 기간 자신이 당선되면 24시간 이내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했고, 취임 후 미국과 러시아 간 직접 회담을 주선했지만 현재까지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우크라이나의 한 시민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지원을 호소하는 공개서한을 보냈지요. 우크라이나 동남부 도시 크리비리흐에 사는 공무원 로만 니키츠키(41)는 15일 프랑스 일간 르몽드를 통해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민간인이 희생되는 현실을 통탄하며 미국을 비롯한 서방 동맹국의 지원을 촉구했습니다.
그의 15살 난 외아들도 지난 4일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공격에 참변을 당했지요. 그는 숨진 아이들의 이름을 한명 한명 열거하면서 "우크라이나 아이들이 평화로운 하늘 아래에서 걸을 수 있게 되면 그때 여러분께 (패트리엇을) 돌려드리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달 미국은 30일간의 전면 휴전을 통해 영구적 평화를 위한 협상 시간을 벌려 했으나, 러시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나 휴전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지만 별 성과는 없었습니다. 푸틴 입장에선 서둘러 휴전할 이유가 없지요. 본격적으로 휴전에 나서기에 앞서 오랜 전쟁에 지치고 미국의 태도 변화에 사기까지 떨어진 우크라이나군을 상대로 최대한의 전과를 올리는 게 합리적 선택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다름 아닌 우크라이나의 민간인들입니다. 전장 밖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주민들이 하루아침에 희생당하고, 도시는 폐허가 되어가고 있지만, 전쟁을 멈추려는 진정한 의지는 어디서도 보이지 않습니다. 국제사회의 무기력한 외교전 속에 우크라이나 국민만이 계속해서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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