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양정훈·이찬우 박사 연구팀이 수계아연전지의 덴드라이트(나뭇가지 모양의 결정) 형성을 억제해 내구성을 3배 높이고, 2500회 이상의 충방전에도 덴드라이트를 차단하는 구리 산화물 기반의 전극 소재를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수계아연전지는 물을 전해질로 사용하는 이차전지로, 리튬이온전지에 비해 화재 위험이 없고, 제조 비용이 저렴해 차세대 에너지저장시스템(ESS)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충전 과정에서 음극 표면에 아연금속이 길쭉하게 쌓이면서 덴드라이트가 발생해 수명이 짧아지는 문제가 있다. 덴드라이트는 음극과 양극 사이에 있는 분리막을 뚫어 전기적 단락을 발생시키고, 전지 내구성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
연구팀은 아연과 잘 결합하는 구리 산화물 나노 입자를 개발해 수계아연전지에 적용했다. 아연전지의 음극에서 전자는 아연 이온과 만나 전기를 저장하는데, 구리 산화물 나노입자는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전자를 빨아 들여 아연이 평평하게 달라 붙을 수 있도록 해 덴드라이트를 억제했다. 또한 방전 시에는 스펀지에서 다시 물을 짜내듯 전자를 빠르게 방출하고, 아연 금속의 용해를 촉진시켜 음극 표면에 남아 있는 아연을 최소화한다. 이를 통해 충방전 과정이 반복될 때 남은 아연이 덴드라이트로 성장하는 것을 막는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전자 스펀지'로 명명하고 수계아연전지 중 아연-폴리요오드 흐름전지에 적용한 결과, 2500회의 충방전에도 덴드라이트가 생기지 않았다. 기존 전지가 800회 정도의 충방전 시 덴드라이트가 생겨 고장나는 것을 감안하면 내구성이 3배 이상 우수한 셈이다.
충전용량 대비 방전 용량 비율은 98.7%로 높은 효율을 보였고, 기존 보고된 아연-폴리요오드 흐름전지 대비 30% 이상 향상된 높은 에너지밀도를 구현, 상용화 가능성을 높였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양정훈 박사는 "고성능·고안정성 차세대 아연전지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라며 "아연-폴리요오드 흐름 전지와 접목해 상용화 규모에서 성능 검증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1월호)'에 실렸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에기연이 개발한 '구리 산화물 기반 전극소재' 모습.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수계아연전지의 덴드라이트 형성을 억제해 내구성을 3배 이상 높인 구리 산화물 기반의 전극 소재를 개발했다. 에기연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