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TSMC 등 해외 반도체 기업에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압박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최대 100% 관세 부과를 공언한 만큼 향후 성장성에는 의문 부호가 달린다.
TSMC는 17일 올해 1분기 순이익이 3615억6000만 대만달러(약 15조8000억원)로 전년동기 대비 60.3%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41.6% 늘어난 8392억5000만 대만달러로, 시장 예상치 8351억3000만 대만달러를 상회했다. 영업이익률도 48.5%로, 전년 같은 분기(42%)보다 높아졌다.
TSMC가 올해 1분기 호실적을 올린 배경은 인공지능(AI) 수요가 견조한 흐름을 보인 가운데, 미 정부의 반도체 관세 시행 전에 나온 선주문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TSMC 실적에서 고성능컴퓨팅(HPC) 매출 비중이 59%를 기록해, 전년(46%) 대비 크게 늘었다. 반면 계절성 수요 감소의 영향으로 스마트폰 고객사 매출 비중은 같은 기간 38%에서 28%로 줄었다. 공정별 출하량은 5나노미터가 36%로 가장 많고, 3나노 22%, 7나노 15% 등 순을 기록했다. 이는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출하량이 증가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엔비디아는 올 1분기 '블랙웰' 시리즈의 최신 칩인 'GB200'를 출시하는 등 AI 데이터센터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북미가 77%로 전년(69%) 대비 8%포인트 확대됐다. 반면 중국은 같은 기간 9%에서 7%로 비중이 줄었다.
TSMC는 이번 2분기(4~6월) 매출 가이던스(자체 추정치)를 284억~292억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전년 같은 분기 대비 38% 높아진 수치로, 시장 전망(272억달러)보다 높은 수치다.
TSMC는 또 올해 설비투자 규모가 380억~42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중 70%는 첨단 공정에 투자되고, 10~20%는 특수 공정, 10~20%는 고급 패키징 분야에 투입될 전망이다. 미국 애리조나 공장 확장에도 소규모 투입이 예상된다.
다만 TSMC의 2분기 실적은 미 정부의 관세 정책 변화에 따라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에 대한 품목관세를 예고한 상태다. 반도체 등 전자제품은 상호관세 부과에선 제외됐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국가안보 조사를 거친 후 반도체에 대해 품목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이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압박 강화 수단으로 TSMC 주요 고객사인 엔비디아와 AMD에 대한 대중 수출 통제도 강화하고 있다. 미국 반도체 회사의 AI 칩 중국 수출 규제는 인텔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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