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이 '증세'를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후보의 싱크탱크에서 '1가구 2주택 면세' 방안을 제시하자 김경수·김동연 후보가 증세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다.
이 후보는 17일 대전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세금 문제는 매우 예민하고 국가 재정도 어렵지만 개별 기업이나 우리 국민도 다 어렵다"며 "재정 문제 해결을 위해 손쉽게 증세 얘기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경수 후보는 전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조세부담률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고, 김동연 후보는 "감세 경쟁은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 후보는 당대표 시절부터 감세 정책 추진 가능성을 드러냈다. 전당대회 당시에는 "(세금에 대해) 신성불가침한 의제처럼 무조건 수호하자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고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도 찬성한 바 있다. 이 후보의 핵심 싱크탱크인 '성장과 통합'은 지난 16일 1가구 2주택자에 대한 면세 방안을 제시했다. 해당 싱크탱크의 상임 공동대표를 맡은 허민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이날 출범식에서 "시골에 가면 돌아가신 부모가 살던 집을 물려받는 경우가 있는데 해당 집을 매각하거나 직접 살지 않을 경우에는 1가구 2주택이 된다. 이같은 것에 대해 면세를 하자는 뜻"이라며 '국민 제2주소지제' 구상을 소개했다. 아직 세부 설계는 구체화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른 경선 후보들은 증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경수 후보는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I 전환과 기후 경제라는 필연적 흐름 앞에서 우리만이 내세울 수 있는 '한국형 전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며 "혁신 실패의 위험은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 (재원 대책으로는) 17%대로 떨어진 조세부담률을 22%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연 후보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정치권에서 감세 경쟁을 벌이는 건 유감"이라며 "감세 경쟁은 포퓰리즘"이라고 증세를 찬성했다.
안소현기자 ashright@dt.co.kr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주자인 이재명 전 대표(왼쪽부터),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동연 경기지사.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