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자 몰리는 것처럼 조작
금융위, 혐의자들 검찰 고발
"특정시각 가격급등 유의해야"
금융위, 혐의자들 검찰 고발
"특정시각 가격급등 유의해야"
#국내 한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상장 거래 중인 A코인, 이 코인은 자정과 동시에 5% 넘게 급등했다. 수익률이 치솟자 투자자들이 몰려들었다. 그로부터 20분 후. 8% 넘게 폭등한 A코인은 단숨에 폭락했다. 결국 '불나방' 같이 뛰어든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었다.
이 수법은 일일 가격 변동률이 일괄적으로 초기화하는 시점을 노려 인위적으로 가격을 끌어 올린 뒤 되파는 것이다. 경주마가 스타트 신호와 동시에 전력 질주하며 뛰쳐 나오는 것처럼 가상자산 가격이 빠르게 치솟는다고 해서 '경주마' 수법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가상자산거래소는 가상자산이 24시간 거래되는 만큼 자정 혹은 밤 9시 등 특정시점에 모든 가상자산의 변동률을 0%로 초기화해 일일 등락률을 계산한다.
시세조종 혐의자 B씨 등은 이점을 노렸다. 초기화시점 전후로 A코인 등 가상자산 물량을 미리 대량으로 사들이는 방식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A코인만 가격이 급등하는 것처럼 보여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리는 것을 노린 것이다. B씨 등은 20~30분간 시세조종 주문을 반복해 매수세가 지속적으로 몰리는 것처럼 조작해 투자자들의 의심을 피하려 했다. 결국 가격은 급락해 고스란히 투자자 피해로 돌아갔다.
#'가두리 펌핑' 수법을 사용한 세력도 있었다. 거래소가 특정 코인을 거래유의종목으로 지정해 입출금이 중단되면 유통량이 부족한 중소형 종목의 인위적인 시세조종이 용이해지는 것을 이용, 거래유의종목을 사전에 매집한 뒤 시세조종 주문을 제출해 손쉽게 해당 코인의 가격과 거래량을 급등시켰다.
가상자산은 여러 거래소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거래소간 가격 차이를 이용한 차익거래가 가능한데, 한 거래소가 거래유의종목으로 지정하면 다른 거래소로 이동할 수 없어 사실상 '가두리'에 갇힌 상태가 된다. 다른 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없고 차익거래가 불가능해 유통량도 부족해지면서 가상자산은 변동성이 커지게 된다. 쉽게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는 셈이다. 혐의자들은 이때를 노려 거래유의종목을 사전에 사들여 수 시간 동안 시세조종 주문을 제출해 가격과 거래량을 '펌핑(급등)'시켜 투자자들의 매수세를 유인했다.
금융위원회는 24시간 거래, 복수 거래소 상장 등 가상자산 특성을 이용해 이같은 수법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자들을 검찰에 고발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17일 밝혔다.
금융위는 시세조종 대상 가상자산 가격이 다른 거래소보다 최대 10배 이상 급등했고, 시세조종이 끝난 뒤 급락해 기존 가격으로 되돌아오는 양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아무 이유 없이 특정 시각에 가격이 급등하거나, 유의종목 지정 중 가격이 급등하는 경우 투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추종매매 등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상자산시장 시세조종 징후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거래소의 이상거래 적출 운영기준을 고도화해 주문 단계부터 불공정거래에 대한 시장감시를 철저히 수행하도록 감독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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