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주요 계열사 임원들이 자사주 매입 러시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시장의 불안감을 불식시키고, 미래 성장 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표명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주요 계열사의 주가는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 이후 뚜렷한 반등세를 보여 당장은 시장의 응답도 받은 모습이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이노텍 임원 4명은 지난 9일부터 17일까지 자사주를 대거 사들였다. 조지태 광학솔루션사업부장 전무가 6650만원(500주), 오세진 최고전략책임자(CSO) 전무가 3670만원(300주) 어치의 자사주를, 또 조백수 경영지원담당 상무가 4050만원(300주), 이동훈 최고인사책임자(CHO) 상무가 3860만원(300주) 상당의 주식을 각각 매입했다.
김성재 LG전자 전무 역시 지난 9일 870주를 약 6020만원에 사들였다. 이번 매입으로 김 전무의 보유 자사주는 1000주로 대폭 늘었다.
이 밖에도 배성준 LG디스플레이 대형 패널 개발담당 상무는 지난 7일 5000주를 1주당 8395원, 총 4200만원어치 사들였다. 배 상무의 보유 자사주는 1만주로, CEO를 제외한 임원들 중 가장 많다.
이들의 자사주 매입에 앞서 각 계열사 CEO들은 먼저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조주완 LG전자 대표는 이달 1일 2500주를 1주당 8만원에 총 2억원 규모를 사들였고, 문혁수 LG이노텍 대표는 이달 7일 4290만원(300주)어치를 매입했다.
또 작년까지만 해도 보유 자사주(우리사주 제외)가 없던 정철동 LG디스플레이 대표는 1월 1억1300만원(1만2460주) 매입에 이어 이달 7일 8282만원(2만2460주)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였다.
통상 임직원들의 자사주 매입은 책임경영 차원이면서도, 시장에서는 기업 밸류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담은 것으로도 해석된다. LG전자의 경우 주요 증권사들이 이달 초에 목표 주가를 낮췄는데, 임원들이 솔선수범해 기업 가치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준 것이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8일 LG전자에 대해 "관세 문제가 구체화된다면 밸류에이션은 회복될 것"이라면서도 "일단은 모든 참여자들이 미국 정책과 협상을 관망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진단했다.
이 같은 임원들의 주식 매입을 전후해 LG 주요 계열사의 주가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당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유예 등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LG전자의 경우 지난 18일 7만100원에 거래를 마쳐 김성재 전무의 자사 매입일(9일) 대비 8.3% 상승했다. 같은 기간 LG이노텍은 13만9000원으로 13.9%, LG디스플레이는 8160원으로 13.0% 각각 올랐다.
LG전자는 1분기 기준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냈고, 조만간 발표 예정인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은 기대치 혹은 그 이상의 성적표를 받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들 계열사의 중장기 성장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인도법인 상장으로 대규모 자금조달 효과가 예상되며, LG이노텍은 고부가 반도체 기판 FC-BGA을 미래 성장 사업으로 키우는 점이 잠재 성장 요인으로 꼽힌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중국 광저우 LCD(액정표시장치) 공장 매각으로 조 단위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투자 재원을 추가로 확보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LG디스플레이의 연간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예상하고 있다.
남궁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경영실적과 환율 효과로 광저우 LCD TV 공장 매각 금액이 11%(2000여억원) 늘었다"며 "OLED 고도화와 비용 절감 효과로 올해 영업이익 흑자는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