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데이터의 경우 안보·보안 연관성이 크기 때문에 대통령 궐위 상황이 해소된 뒤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마냥 시간을 끌기 어렵다는 기류가 자리잡고 있는 탓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지리정보원이 이르면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를 구성하고,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협의체는 국토교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행정안전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정보원, 문화체육관광부 등 유관 부처로 구성돼 있다. 협의체는 신청일로부터 60일 이내에 결과를 내야 하고, 1차례 최대 60일 기한 내에서 연장이 가능하다. 원래 업계에서는 협의체가 참여 부처의 만장일치로 지도 데이터 반출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불허될 것이라는 추측이 우세했다. 산업부나 문체부 등은 미국과의 통상이나 방한 외국인 관광객 편의성 등을 고려해 전향적인 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는 반면, 국방부와 국정원 등은 안보를 우선시해 부정적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본격화하면서 예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한국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지도 반출을 협의체의 기술적·안보적 판단에 따라 결정한다는 방침이나 실제는 미국과의 전반적 통상 관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미국 정부가 이미 지도 데이터를 비관세 장벽 중 하나로 거론했고, 협상 의제로 디지털 통상 이슈를 들고 나온다면 지도 반출 압박이 더 커질 게 뻔하다. 업계는 관세협상 테이블에 앉을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부 장관이 지도 데이터 반출의 경제적 효과에 더 무게를 둔다면 수용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구글의 태세 전환도 협의체 논의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은 그동안 한국 정부가 요구한 데이터센터 구축과 주요 군사시설 등 보안 정보 비식별처리 등을 거부해왔으나 이번에는 일부 수용 의사를 밝혔다.
우선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대신 구글코리아 정책총괄과 본사 아태지역 지도 정책 총괄을 각각 커뮤케이션 담당과 책임자로 지정해 한국 정부와의 직접 소통하는 '핫라인'을 제시했다. 정보 비식별처리는 보안시설 좌표 제공을 조건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보안시설 좌표 공개는 논란사항이나 정부가 이행을 강제하는 것을 전제로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반출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미 정부와 구글이 속도전에 나설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있다. 6·3 대선에서 정권 교체가 될 경우 구글에 불리한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안보 등 사안의 중대성을 이유로 차기 정부 출범 이후 결정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