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정책 변동성 더 확대돼
이재명·홍준표·한동훈 등 영향
시장 건전성 저해요인으로 지적
거래소 점검 불구 대처 역부족
이재명·홍준표·한동훈 등 영향
시장 건전성 저해요인으로 지적
거래소 점검 불구 대처 역부족
![[기획] 기업밸류업이 뭐예요?… 정치·관세 테마주 휩쓴 국내증시](http://contents.dt.co.kr/images/202504/2025042102100363046001[1].jpg "[기획] 기업밸류업이 뭐예요?… 정치·관세 테마주 휩쓴 국내증시")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이재명 후보 테마주인 계룡건설과 홍준표 후보 테마주인 경남스틸이 나란히 상한가로 장을 마쳤다. 한동훈 후보 테마주로 분류되는 핑거도 13% 이상 급등했다.
정치 테마주가 힘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이재명 후보의 선거법 위반 2심 판결부터다. 지난해 계엄사태와 탄핵정국 당시에도 큰 폭의 움직임을 보였지만, 비교적 단기에 변동성이 완화된 것과 달리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이 확정되고, 6월 조기 대선일자가 확정되면서 정치 테마주에 대한 관심이 한 달여간 이어지고 있다.
![[기획] 기업밸류업이 뭐예요?… 정치·관세 테마주 휩쓴 국내증시](http://contents.dt.co.kr/images/202504/2025042102100363046001[2].jpg "[기획] 기업밸류업이 뭐예요?… 정치·관세 테마주 휩쓴 국내증시")
새롭게 주목을 받는 이 후보 테마주는 계룡건설이다. 행정수도를 세종으로 이전하는 공약을 내놓자 단숨에 상한가를 기록했다. 충청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건설사인 만큼, 정책의 수혜주로 꼽혔다. 이달 초까지 100~200원씩 움직이던 주가가 지난 8일부터 급등했다. 지난달 말 1만2800원이었던 주가는 2만4100원으로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국민의힘 후보 중 시장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테마주는 홍준표 후보 관련 종목이다. 최충경 회장이 경남상공회의소 협의장을 맡으며 홍 후보 테마로 묶인 경남스틸을 비롯해, 홍 후보의 밀양 신공항 추진 수혜주로 꼽힌 한국선재도 18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밖에 과거 홍 후보 대선 총괄본부장을 맡았던 강석호 고문이 있는 삼일, 대표이사가 홍 후보와 고등학교 동문인 휴맥스홀딩스 등도 20% 이상 주가가 급등했다.
경남스틸의 주가가 1주일여 만에 2배 가까이 급등했지만, 변동성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지난 7일에는 하루 만에 1870원이 뛰었지만, 9일과 11일에는 각각 680원, 830원 하락했다.
증권가에서는 정치 테마주가 기업의 실적 발표 시즌을 압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과 홍콩 등 주요국 증시가 미국 관세 정책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과 달리, 정치 테마주에 수급이 집중되며 불확실성이 더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뚜렷한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다"며 "대선을 앞두고 유력 후보 행보에 따른 업종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유력 대선주자로 꼽혔지만, 불출마를 선언한 오세훈 서울시장 관련 테마주가 이 같은 정치 테마주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꼽힌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 선고 당일 1800원 올랐던 진양산업 주가는 14일 하루에만 2420원 내리며 1주일간의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진양폴리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며 탄핵 선고 전보다 오히려 주가가 내려갔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가격 급등락이 이어지고 있는 정치 테마주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여지가 있는 경우 시장 개입이 가능하지만, 단순한 수급 쏠림 현상에 대해서는 대처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거래소는 지난 4일 탄핵 선고 직후 '비상 시장점검회의'를 열고 테마주의 불공정거래 모니터링과 사전 예방활동 등 상시 점검을 강화한 바 있다. 이상급등에 대해서도 투자주의와 경고, 위험 3단계 조치를 통해 매매를 정지하기도 했다. 상지건설뿐 아니라 대선 출마설이 불거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테마주로 분류되는 시공테크도 경고종목 지정 이후 2일간 주가가 40% 급등하자 지난 18일 하루 동안 매매거래가 정지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8일 기준 거래소가 투자 경고 종목으로 지정한 31개 중 20개 종목이 정치 테마주일 정도로 정치 테마주 쏠림 현상은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상복 서강대 교수는 "과거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와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로 활동할 당시에도 대선 기간만 되면 정치인 테마주가 기승을 부렸다"며 "금융당국도 이 같은 정치 테마주의 이상 급등락이 세력과 연관돼 있다고 추측은 하지만, 결과적으로 개인 투자자의 추종 자금이 들어오면서 시장에 개입하는 것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를 보면 실적과 관계 없는 정치인 테마주는 결국 급락으로 이어졌다"며 "미국이나 일본 등 비교적 '건강한' 시장과 달리 우리나라 증시에서 이 같은 정치 테마주 쏠림 현상은 더 심하게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고, 결국 마지막에 급락 물량을 받는 것은 대부분 개미였던 만큼, 투자에 더 큰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