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올해 1분기 성적표를 받아들 건설사들은 여전히 침울한 표정이다. 대다수 건설사의 이익 수준이 작년 수준에도 못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괜찮은 성적표가 기대되는 건설사들도 지난해 1분기 실적이 저조했던 데 따른 착시라는 평가다.
20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상장 건설사에 대한 1분기 증권사 실적 전망치 컨센서스는 대부분 전년 대비 부진할 것을 예상했다. 업계 맏형격인 현대건설의 1분기 영업이익은 1887억원으로 작년 동기(2509억원)보다 24.8% 급감할 것으로 예상됐다. 같은 기간 매출액 역시 12% 이상 줄어든 7조5358억원, 순이익은 24% 줄어든 1583억원으로 전망됐다.
대우건설은 대형 건설사 중 실적이 가장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건설의 1분기 영업이익이 849억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26%나 줄어들 전망이다. 매출액은 13% 줄어든 2조1582억원, 순이익은 34.7% 감소한 511억원으로 추정돼 전년 같은기간(915억원)에 비해 37%나 쪼그라든 것으로 추정됐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3040억원으로 전년 대비 9.79%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대형 건설사들도 높은 공사비와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매출과 이익이 동반 감소했다. 2021~2022년 착공한 수익성이 낮은 현장의 매출이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몇년간의 수주 감소도 실적 하락의 주요 배경으로 추정된다. 삼성E&A의 경우 지난 2023~2024년 비화공 분야를 중심으로 한 신규 수주 부진이 매출 감소로 이어지며 영업이익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됐다.
일부 건설사는 전년 대비 큰 실적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나 기저효과에 의한 착시일 가능성이 있다. DL이앤씨의 영업이익은 작년 1분기보다 40.8% 증가한 856억원, 순이익은 170% 증가한 704억원을 거둘 것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분기 대비 실적은 다시 악화하고 있다. 실제로 DL이앤씨의 1분기 순이익은 직전 분기 대비로는 40%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주택 중심의 사업을 영위하는 GS건설은 작년 1분기보다 15% 증가한 81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같은 기간 순익은 50% 이상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해 4분기와는 달리 도급 증액이 없어 주택 사업 원가율이 다시 93% 수준으로 올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메리츠증권의 분석이다. 영업이익 역시 작년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의 절반 수준이었다는 것을 감안할 때 회복세는 더디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1분기 57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전년 동기 대비 38% 이상 증가했을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실제 실적은 컨센서스를 하회할 가능성이 높다.
허재준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1분기까지 지식산업센터 비용에 따른 일반 건축 부문 수익성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며 해당 분기 영업이익을 507억원으로 추정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수익성 낮은 자체 사업 프로젝트(경기 수원 아이파크시티)의 매출 비중 상승이 기대치 하회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의 성적표는 이달 29일 대우건설과 현대건설을 시작으로 공개된다. 삼성물산과 GS건설은 다음날인 30일에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