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의 주도권이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로 기울고 있다. 시장에 없는 '먹는 비만약'의 상용화에 이르면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더욱 벌릴 전망이다.
BMO 캐피털 마켓은 최근 보고서에서 "거북이(일라이릴리)가 토끼(노보노디스크)를 잡았다"며 일라이릴리가 상업적·임상적 포트폴리오에서 더 우수하다고 밝혔다.
일라이릴리는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와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를, 노보노디스크는 당뇨·비만약 오젬픽과 위고비를 보유하고 있다. 보고서는 "지난해 릴리와 노보의 성장률은 각각 32%, 26%로 올해 두 회사의 성장률 격차가 더욱 커질 것"이라며 "릴리의 마운자로와 젭바운드가 노보의 오젬픽과 위고비보다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것"이라 예상했다.
일라이릴리는 공격적인 확장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에는 세계 최대 시장인 인도에 젭바운드를 위고비보다 먼저 출시하며 선제적 공세에 나섰다. 반면 노보노디스크는 지난달 유럽 시총 1위 자리를 독일 소프트웨어 기업 SAP에 내줬다.
최초의 '먹는 비만약'으로 두 기업 간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일라이릴리는 지난 17일(현지시간) 경구용 당뇨·비만 치료제로 개발 중인 '오포글리프론' 임상 3상 시험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체중 감소 효과를 입증했다고 밝혔다. 제2형 성인 당뇨병을 앓고 있는 비만 환자 559명 대상으로 40주간 진행한 임상 3상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 시험의 1차 평가지표는 '혈당 감소'로, 오포글리프론을 매일 3㎎, 12㎎, 36㎎ 복용하는 그룹으로 나눠 임상을 진행한 결과 당화혈색소가 1.3~1.6% 줄었다. 2차 평가지표는 '체중 감소'로, 하루 한 번 오포글리프론 3㎎을 복용한 환자들은 40주 후 체중이 평균 4.4㎏, 12㎎ 복용군은 평균 5.5㎏, 36㎎ 복용군은 평균 7.3㎏ 감소했다. 회사는 연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품목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내년엔 '먹는 비만약'이 시장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 등은 GLP-1 주사제다. 바늘에 대한 거부감이나 공포증이 있는 환자들은 사용을 꺼리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에 반해 릴리가 개발 중인 먹는 비만치료제는 복용이 간편하다. 특수 주사기와 냉장 보관을 필요로 하는 주사제 대비 생산과 유통이 용이해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노보 노디스크가 경구용 GLP-1 계열 리벨서스를 개발했지만, 당뇨병 치료제로만 FDA의 허가를 받았다. 현재로선 일라이 릴리가 먹는 비만약을 가장 빠른 속도로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안정성 확보가 치료제 상용화의 성공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 말했다. 이미선기자 already@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