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렴 입원 뒤 위중 - 호전 반복
부활절 미사뒤 하루 만에 선종
마지막까지 평화의 중재자 역할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했다.
바티칸 교황청 케빈 패럴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늘 아침 7시 35분에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셨다"고 2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제266대 교황으로서 2013년부터 12년간 전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를 이끌어왔다. 향년 88세.
패럴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삶의 전체를 주님과 교회를 섬기는 데 헌신했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월 14일 다균성 호흡기 감염으로 입원하는 등 수차례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최근 회복해 교황청으로 돌아온 뒤 활동을 재개하고 있었다. 선종 전날 부활절 대축일에는 성베드로 광장에 모인 신자들을 만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마지막까지 전쟁종식과 평화를 기도했고 평화의 중재자 역할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2월 전임 베네딕토 16세의 생전 사임으로 즉위했다. 최초의 예수회 출신 교황이자 남미 출신 교황이었다.
교황은 기득권을 내려놓은 소탈한 행보로 '빈자들의 교황'으로 추앙받았다. 교황은 사회적 소수자를 포용하고 교계의 권위적 관행에서 탈피하기 위해 개혁적 목소리를 내왔다.
세상에 맞게 교회가 변화해야 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는 교회의 문을 더 많은 신자에게 열어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라틴어로 진행되는 전통 미사 집전을 제한하기도 했다. 신자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야 한다는 메시지였지만 가톨릭계 보수파에선 "야만적"이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교리를 지키는 데 투철했던 전임자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과 대비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습은 보수파와 개혁파의 균열을 부추기기도 했다.
그는 2022년 11월 중동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이란 여성들의 반정부 시위에 대해 언급하며 "신은 남녀를 동등하게 창조했다"며 "여성에게 충분한 역할을 부여하지 않는 사회는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낙태에 대해서는 강경했다. 교황은 지난해 9월 순방 기간에 "낙태 수술을 수행하는 의사는 살인 청부업자"라고 비판했다. 같은 달 벨기에 가톨릭대학인 루뱅대 설립 600주년 기념식에서는 "여성성은 출산을 받아들이고 생명을 주는 헌신을 가리킨다"라고 말한 바 있다.
교황은 난민 대량 유입으로 유럽 내 반난민 감정이 높아지던 상황에서도 줄곧 관대한 입장을 견지했다.프란치스코 교황은 각국이 이민자를 방치해선 안 되며 유럽연합(EU) 각국이 책임을 분담해 이들을 수용할 것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냈다.
가톨릭계에 은폐돼 있던 사제의 아동 성폭력 문제를 놓고도 개혁적 태도를 보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9년 지구상에서 제거돼야 할 범죄에 대한 "총력전"을 촉구하며 전 세계 주교회의 의장을 바티칸으로 소집해 이 문제를 논의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구 환경 보호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그는 환경 파괴가 인간의 탐욕과 본질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믿었다. 2015년에는 기후 변화 이슈를 다룬 생태 회칙 '찬미 받으소서'를 반포했다. 교황은 "현재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금세기는 엄청난 기후 변화와 전례 없는 생태계 파괴를 목격하게 될 것이며, 이는 우리 모두에게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아시아 대륙 첫 방문지로 대한민국을 택할 정도로 한반도 평화 문제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가겠다며 여러 차례 직·간접으로 방북 의사를 밝혔지만 끝내 성사되지는 못했다.김광태기자 ktkim@dt.co.kr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5년 10월 바티칸시국에서 신도들을 환영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