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실연, 대한민국 과학기술 나아갈 방향 제시
왜곡된 능력주의 타파, 사회문제 해결 역할 강화
올해 과학의 날(21일)은 대한민국 과학을 걱정해야 하는 날로 바뀌었다. 그동안 국가 성장동력과 먹거리 창출 등 경제발전에 커다란 역할을 해 온 대한민국의 과학엔진이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격화와 트럼프발 관세전쟁, 국정 공백 위기 등 대내외 악재 속에서 서서히 식어가며 추동력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학계를 중심으로 과학의 날을 자축하기 보다는 자성과 성찰,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오고 있다.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은 21일 성명서를 내고 "제58회 과학의 날을 맞아 우리는 과학기술의 앞날을 심각하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이렇게 암울한 과학의 날은 없었다"고 말했다.
과학의 날은 1968년 국민의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 증진과 과학문화 확산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법정 기념일이다.
과실연은 이날 과학의 날과 설립 20주년을 맞아 국가적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대한민국 과학기술이 제대로 가기 위해 △과학기술-정치 관계 재정립 △왜곡된 능력주의 타파 △과학기술의 사회문제 대응력 강화 △정부 주도 전략 대폭 수정 등 4가지의 창조적 파괴 전략를 제시했다.
과실연은 2005년 265명의 발기인이 모여 출범한 국내 첫 과학기술인 시민단체다. 과실연은 먼저 정치는 올바른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과학기술은 정치 중립적으로 좋은 연구 성과를 창출하는 '선진형 과학기술-정치 관계'로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치가 바뀌면 연구개발 목표와 관계 없이 자원 배분도 바뀌고, 연구개발을 지휘 관리하는 기관장도 바뀌는데,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변화가 정파 간 과학기술정책 경쟁은 없고, 자리 경쟁만 있는 상황으로 변질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 갈등, 연구비 배분 문제로 인한 학제 간 갈등이 과학기술에 정치적 이념을 주입해 생겨나고 있다.
과실연은 또 우리 사회를 서열화해 과학기술인의 창의성을 억누르는 왜곡된 능력주의를 타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왜곡된 능력주의는 우리 과학기술의 발전을 가로막는 심각한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개인 능력의 다양성을 바탕으로 각 분야의 조화로운 발전을 촉진하는 진짜 능력주의가 도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학기술이 과거 경제발전 수단의 단계를 넘어 사회문제 해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과실연은 봤다. 이를 위해 우리 사회의 '과학적 탄력도'를 강화해 선진 사회를 준비하는 게 우리의 최우선 과제이고, 다양한 부문에서 동원 가능한 과학적 역량을 바탕으로 과학적 탄력도를 높여야 나가야 한다.과실연은 마지막으로 과학기술 정책의 목표와 전략·수단의 미스매치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과실연은 지적했다.
전문성이 부족한 정부가 모든 것을 통제하고 주도해 나가는 지나친 계획 기반 연구는 지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예비타당성제도와 경직된 연구개발혁신법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과실연은 정부는 공공 연구개발의 수요자, 민간 연구개발의 촉진자, 시장의 룰을 정하는 룰 세터로서 직접적인 개입보다는 보다 진취적이고 창조적인 새로운 역할 정립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실연은 "시대는 우리에게 전례없는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과실연은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이라는 20년 전 창립 정신을 되새기며 창조적 파괴의 실현을 위해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이준기기자 bongch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