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점차 중도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며 대세론을 굳혀가고 있지만,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은 따라잡기도 벅찬 모습이다. 정책에서도, 인물론에서도 차별화하지 못하는 상황이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후보는 최근 영남 경선에서도 90.8%를 기록하는 등 파죽지세를 보이면서 중도에서 확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간 호남·중도층이 호응하지 않으면서 40% 박스권에 갇혔다는 평가를 벗어던진 모습이다.
여기에는 이 후보가 중도적으로 보이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내놓는 모습이 한몫을 하고 있다. 이 후보는 상속세 완화 공약 당시 우클릭이라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금융·과학기술·국방 등에서 다양한 정책을 내고 있다. 21일에는 금투협회를 찾아 금융시장 간담회를 하면서 "PBR이 낮은 기업들은 빨리 청산해야 하지 않느냐. 별 가치가 없는 종목들이 너무 많다"면서 '밸류업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했고, 과학의 날을 맞아서는 "과감한 투자와 초격차의 압도적 기술만이 세계를 주도할 수 있다"면서 "과학기술 R&D(연구·개발) 예산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방분야에서는 지난 17일 대전 국방과학연구소(ADD) 현장간담회에서 "수십만 청년을 병영에 가둬 놓고, 전통적인 전투도 중요하겠지만 그렇게 하는 게 효율적인가 생각한다"며 '선택적 모병제'를 꺼내 들었다. 대통령실·국회 이전 문제도 이 후보가 18일 세종 이전 문제를 먼저 꺼내들었다. 이후 21일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대통령 당선 시 취임 직후 즉각 세종시에 국회의사당과 대통령 집무실을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국회의 세종 완전 이전'을 언급했다
국민의힘은 과거에는 정책에서 차별화를 없애는 전략으로 승리한 적이 있다. 2012년 대선이 대표적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끌던 새누리당은 당시 김종인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을 영입, '경제민주화'를 통해 이슈를 선점했다. 경제 정책에서 민주당과 차별점을 없애면서 외교·안보를 선거 쟁점으로 만들었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이 집권에 성공하며 '선거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을 얻었지만, 이후 습관적으로 비슷한 정책을 남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민주당이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걸면, 국민의힘은 이를 반대하면서도 9000원을 공약하는 식의 공약을 내세우는 식이다. 지난 대선에서는 '사병 월급 200만원 공약' 등 정당과 후보자 이름을 떼고 보면 어느정당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특히 국민의힘의 경우 탄핵 찬반 논쟁,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출마설 등 외부 이슈에 밀려 정책 의제가 떠오르지 않는 상황이다. 여기에 계엄 정국과 이재명 후보의 독주체제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인물론에서도 현격히 뒤지고 있어 패배를 피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임재섭·안소현 기자 yjs@dt.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 후보가 21일 오전 금융투자협회에 방문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