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FAST는 스마트TV를 통해 유료 구독 없이 광고 시청을 대가로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국내 중심 유통 전략을 뛰어넘을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OTT와 달리 실시간 선형 채널 기반이라 기존 TV 시청 방식에 익숙한 소비자에게 자연스럽게 파고들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우리나라의 FAST 채널들은 삼성·LG전자 중심의 스마트TV와 글로벌 인지도를 갖춘 'K-콘텐츠'를 결합하면서 해외 확장에 유리하다는 평이 나온다.
KT는 최근 자사 '지니TV' 플랫폼에 FAST를 적용해 올 상반기 중 시범 운행을 예고했다. KT는 그룹 3대 핵심 사업으로 미디어·콘텐츠를 선정한 후 KT스튜디오지니의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제작한 콘텐츠를 FAST 채널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송출하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글로벌 OTT의 공세에 한계에 다다른 유료방송 시장의 성장 한계 극복을 위해서다.
2022년부터 FAST 시장에 진출한 SK브로드밴드는 최근에는 '모바일 B tv'에서 FAST 채널을 개시했다. 현재 모바일 B tv에는 69개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올 초 모바일 B tv에 있는 FAST 채널을 자사 인터넷TV(IPTV) B tv로 확대하는 시범 서비스를 도입하고 정식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주문형비디오(VOD) 중심으로 운영되던 앱에 FAST 채널을 추가해 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FAST 시장은 기존 콘텐츠를 무료로 보여주는 수준에서 벗어나 미국을 중심으로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콘텐츠 수급 경쟁이 심화하면서 단순한 재방송이나 구작 중심 모델에서 벗어나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투자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오는 2027년 글로벌 FAST 시장은 120억달러(약 17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유료방송 이용료가 우리나라와 비교해 비싼 미국, 유럽 시장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실제 미국, 영국의 경우 FAST 앱이 탑재된 스마트TV 보급률이 74%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광고 시장 인프라가 구축되면 인도를 필두로 아시아·남미 시장의 FAST 채널 확대가 가속할 전망이다.
정부도 FAST 산업의 글로벌 파급력을 주목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오는 23일 '글로벌 K-FAST 얼라이언스'를 출범시켜 민간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콘텐츠 제작사, 플랫폼, 광고주 등 FAST 생태계 전반을 포괄하는 협력 모델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FAST 확장을 위해서는 이용자 확보, 광고 수주, 콘텐츠 수급 등 세 가지 요소가 충족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김정섭 성신여대 문화산업예술학과 교수는 "글로벌 OTT 넷플릭스가 콘텐츠를 입점한 '백화점'이라면 우리나라는 전세계 8억대 스마트TV를 무기로 FAST 플랫폼을 글로벌 백화점으로 키울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셈"이라며 "글로벌 FAST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오리지널 콘텐츠 중심 투자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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