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등 주요 거래소, 5월 1주차에 상장 폐지 여부 결정
기술 복잡도 매우 높은 브릿지 노린 공격 완벽 방어 어려워
위믹스, 유의종목 지정 후 재발 방지·투자자 보호 조치 등 회복 탄력성 보여
거래유의 종목으로 지정된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토큰 '위믹스'가 재발 방지 대착과 신뢰 회복을 위한 방안 이행 등에도 불구하고 상장 폐지 여부 결정이 또 다시 연기됐다.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말만 반복하는 상황에서 업계에서는 생태계 발전을 위해서는 투자자 보호와 함께 산업 보호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위믹스가 상장돼 있는 국내 거래소들은 위믹스의 '거래유의' 종목 지정을 5월 1주차까지로 연장했다. 빗썸은 지난 18일 공지에서 "유의종목 지정에 관한 사실관계 및 후속조치 등에 대해 프로젝트 측으로부터 소명을 받고 이에 대한 추가적인 검토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보다 면밀한 검토를 위해 거래유의 지정을 연장한다"고 밝혔다.
닥사는 위믹스가 지난 2월 28일 외부의 해킹 공격으로 물량을 탈취당하고, 이를 뒤늦게 공지했다면서 거래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당시 거래유의 근거는 명확한 소명 및 피해자 보상 방안 부재였다. 이는 '외부 해킹으로 탈취된 자산은 상장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상장 폐지된 과거 사례들과 유사하다.
위믹스가 탈취된 방식도 과거 사례처럼 브릿지 단을 공격당한 것으로, 상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브릿지 해킹 공격이 만연한 상황에서 이를 완벽히 차단하기 어렵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2022년 전체 암호화폐 피해액의 70%는 브릿지 단 공격에서 발생했다. 기술적인 복잡도가 높아 오류를 유발하기 쉬운 환경이며 거액의 자금을 보관하는 저장소가 있어 해커들의 표적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브릿지는 '다리'라는 이름처럼 서로 다른 블록체인 간의 자산과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기술이다.
더욱이 전 세계 블록체인 업계가 '멀티체인'을 추구하면서 브릿지에 저장되는 가상자산이 많은 것도 한 몫한다. 블록체인 기업들은 다른 체인과 연동하면서 자사의 토큰 활용도를 높이는 데 힘주고 있다.
만약 위메이드가 브릿지단 해킹 공격으로 상폐가 되면 글로벌 사업에서 제약이 생길 수 있고, 블록체인 산업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 기업들이 국내 거래소 상폐를 염려해 멀티체인 환경을 구축하지 않을 시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업계도 위믹스 상폐 여부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위믹스는 국내에서 해킹 공격으로 상폐된 사례와 달리 회복 탄력성을 갖춘 토큰이다. 완벽 방어가 불가능하지만, 외부 공격으로 자산 탈취 등이 발생했을 때 빠르게 대응,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위믹스 팀은 피해 발생 이후 뒤늦게 공지를 했지만, 신속하게 대처하면서 탈취된 물량과 동일한 865만4860개의 위믹스 코인을 바이백(시장매수)했다. 지난달 초 거래유의 지정 이후 재발방지 보안 강화 방안과 함께 신뢰 회복을 위한 바이백 계획 등을 공개했고, 지난 18일 당초 계획보다 한달 빠르게 100억원 규모의 1차 바이백을 마쳤다. 위믹스 2000만개 물량을 추가로 매수할 예정이다.
피해 규모보다 더욱 많은 물량을 시장에서 매수하면서 가격 방어를 이행하고 투자자와의 신뢰 회복에 노력한 결과다. 또한 투자자들과의 간담회를 갖고 향후 사업 계획 등을 공개하면서 블록체인 사업에 대한 의지도 보였다.
영세한 기업들이 향후 대책을 내놓지 못해 상장 폐지된 앞선 사례들과 달리 위믹스가 소명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고, 블록체인 게임에서의 상징성을 갖고 있는 만큼 상폐를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상장 폐지가 되면 해외에서 사업을 할 때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실이다. 예를 들어 다른 나라에서 상장 폐지된 토큰이 국내 거래소에 상장된다면 누가 관심을 갖겠느냐"며 "국내 기업은 엄격하게 심사하면서 해외 프로젝트에는 느슨하게 대응하는 역차별도 존재한다. 신뢰 회복에 힘쓰고 있는 위믹스에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