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투자자들이 사들인 홍콩 주식 결제금액은 7억3155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 1월 1억600만달러 대비 약 7배 커졌다. 같은 기간 홍콩주식 보관금액도 18억5390만달러에서 24억4855만달러로 30% 이상 늘었다.
국내 투자자들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홍콩주식을 순매도해 왔다. 하지만 올해 1분기 5억달러를 사들이며 순매수로 전환했다. 지난해 1년간의 순매도 금액인 4억5500만달러 이상을 이미 1분기에 사들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홍콩 ELS사태 이후 얼어붙은 투심이 최근 이어진 강세장에 풀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발표된 중국의 생성형 인공지능 '딥시크'가 경쟁력을 인정받으면서 중국 기술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이에 따라 홍콩에 대한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홍콩 주식시장의 강세는 정부 정책과 테크 랠리가 주도하고 있다"며 "3월 양회를 통해 발표된 정부 정책의 전체적인 경기부양 강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적극적인 내수 부양과 기술 혁신 지원 정책이 주식시장의 모멘텀을 뒷받침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연초 이후 중국 테크주 랠리에 주목하고 있다. 혁신 기업이 부상한 딥시크 효과와 규제에서 육성으로 전환한 정부 정책 전환, 제조업 패러다임 시프트 등으로 단기적인 기술주의 주가 조정은 나타날 수 있지만 차이나 테크의 구조적인 성장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올해 국내 투자자들의 순매수 금액이 가장 큰 홍콩 상장 기업은 샤오미로 1억7413만달러치를 사들였고, BYD, 알리바바 등 상위권 대부분을 기술주가 차지했다.
중국 기업에 자금이 들어가고 있는 것과 달리 미국주식에 대한 관심은 지난해 12월을 고점으로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325억달러였던 국내 투자자의 미국주식 매수 금액은 △1월 311억달러 △2월 272억달러 △3월 185억달러로 급감했다.
시장에서는 뉴욕증시 역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순매수 금액이 다시 늘어날 수 있다고 봤지만, 중국 기업에 대한 관심도 이어질 것으로 봤다. 특히 관세 이슈로 인해 단기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중국 기업의 수익성에 대한 기대감이 유지되면 지수도 우상향 할 것으로 예상했다.
백관열 LS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홍콩 증시는 상방보다 하방 압력이 클 수 있지만, 하락 추세 전환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중국 증시를 뒷받침하는 경기 펀더멘털과 이익 경로는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정부가 트럼프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부양책과 적극적인 부양 의지를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고, 지난 4~5년간의 약세장과 달리 개선된 이익 경로가 증시 하단을 지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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