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국내 기업들의 주주환원율을 높이기 위해 배당소득 관련 정책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같은 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 후보도 배당소득세 조정 검토 의사를 밝히면서, 배당소득세 개정 논의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배당소득 감면 또는 분리과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부위원장은 "노후 생활 안정을 위해 개인이 배당주에 장기 투자하고 배당수익을 받는 구조가 자리 잡아야 한다"며 "하지만 현재는 배당에 대해 과도한 세금이 부과돼 노후 자산 형성이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배당소득에 대해 감면이나 분리과세 같은 정책 검토가 필요하며, 장기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주주의 경우, 배당에 따른 세금 부담이 커 배당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 역시 우리나라의 낮은 주주환원율의 원인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현재 배당소득세율(지방세 포함)은 배당금의 15.4%지만, 연간 배당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최소 4.9%에서 최대 49.5%까지의 누진세가 추가된다.
연간 수십억원의 배당을 받는 기업 최대주주의 경우, 배당소득의 절반가량을 세금으로 내야 해 기업 입장에서는 배당 확대보다는 잉여 현금을 사내에 유보하는 쪽을 선호하게 된다.
배당소득세가 우리나라의 낮은 주주환원율의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간담회'에서도 제기됐다. 이 자리에는 이재명 후보도 참석했다.
고태봉 iM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일본처럼 배당으로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는 장기 투자 구조를 마련해야 하며, 이는 젊은 세대의 투자 참여도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주주환원율이 32%에 달하는 반면, 한국은 29%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도 배당소득세를 완화해야 기업 오너와 경영인의 배당 의사 결정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내 기업의 약 90%가 오너이자 경영인"이라며, "이들이 종합과세로 인해 배당소득의 49.5%를 세금으로 내야 하는 구조에선 배당 결정 자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과거 배당소득세를 조정했을 때 배당이 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자 서 회장은 "과거와 현재는 다르다. 지금은 주식투자 인구도 많고 국민들의 투자 인식 수준도 높아졌다"고 반박했다.
간담회를 마친 뒤 이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배당소득세 완화가 배당 확대라는 결과로 이어질지, 아니면 일부 고소득자만 혜택을 보고 세수만 줄게 될지는 아직 시뮬레이션이 되지 않아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배당소득세 인하가 배당성향을 높이면서도 국가 세수에 타격을 주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면, 당연히 세제를 조정해야 할 것"이라며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김지영기자 jy1008@dt.co.kr
